먼저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께 한가지 알리자면 책은 크게 3파트로 되어 있는데, 그 중 첫 파트가 책 제목에 어울리고 그 외의 파트는 판사로서의 저자의 경험과 인사이트에 대해 쓰여져 있다. 물론 2, 3 파트의 내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에서 받는 뉘앙스와 잘 매치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3번째 파트는 더 좋은 집단을 만들기 위한 얘기를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이것에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본인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한 번 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 생각은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론', '미움받을 용기' 등의 책들을 읽으며 내용들을 정리하다가 형태가 만들어졌는데, 그 핵심은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그 자유의 한계를 정함에 있어 집단 혹은 공동체에 이로운가 해로운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자유는 집단의 발전 혹은 이익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제목을 '개인주의자 선언' 이라고 한 책에서조차 결국 세부 내용은 우리 공동체(한국과 한국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하니까 말이다. 종종 인터넷 상으로 보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이기적이다라고까지 생각이 되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고 그들의 논리 중에는 내가 내 몸, 내 돈, 내 무엇으로 뭔가를 하는데 너네가 왜 참견이냐는 식일 때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다수의 네티즌들은 그런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 전자에게는 없고 후자들에게는 있는 그 관념이 아마 앞서 말한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의 이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첫 문단을 이렇게 열긴했지만 책의 킬링 파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나 첫번째 챕터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임팩트 있었기에 편집사에서도 제목을 '개인주의자 선언'이라고 자극적으로 붙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의 주내용은 젊은 세대에 속하는 우리가 바꾸고 싶어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직장 내 차별 혹은 경력단절, 지나친 회식 문화, 클라이언트를 위한 접대문화, OO 학교, 과, 동아리, 학회, 연수원, 군대, 직장에서 중요시하는 기수 문화 등등 사실 20대 초중반이 다수인 대학생 집단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 중 이런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두려고 할 정도로 피하는 문화(선배 SNS 좋아요 사건, 대학 내 집합문화 등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 대다수의 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보면 이는 비약은 아닌 듯하다)가 기존 한국의 그리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한국 사람들의 주류 문화인 것이다. 그렇다고 집단우선 문화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나쁜 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상황과 시대에 맞는 적절한 문화적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기존의 동아시아적인 집단중심 문화가 있었기에 동아시아 3국은 서구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만큼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성격이 무른 본인은 박정희 대통령이 정말 인권적인 측면에서 나쁜 행동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비난할지언정 박대통령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선뜻 하지 못한다. 그 시기에 집단을 하나로 만들어서(하나에 속하지 못하는 자들을 인권적으로 탄압하는 것이 잘못인 것은 명백하지만) 국가를 발전시키지 않았다면 현세대는 세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나라의 국민이었을 것이다(참고로 30위 근처에 있는 나라들은 태국, 이란, 노르웨이, 이집트, 필리핀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이 또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당연히 인권 문제도 있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점점 수용하는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이 개인주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에 기반한 모델을 쓰는데 사람들은 집단주의적이니 모순이 발생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불행해진 것이다. 우리가 10위권대의 경제 대국임에도 불행하기도 한 이유는 이런 것에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남과 비교하려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저자는 집단주의가 가장 만연했던 시기에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두 집단은 사고의 회로가 다르기에 사람들이 저자를, 저자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잘 살아남고 판사를 하는 저자가 이런 내용의 책을 낸 것은 이제는 흐름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재로 세대가 바뀌면서 개개인을 한 집단 하에 묶어 놓는 것은 더 어렵게 되었으며, 어렵기 이전에 옳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다수가 개인주의자이면서 그 속에서 집단의 부흥, 행복을 생각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