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게임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평범한 20대 청년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접해온 나로서는 게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전자식’, ‘컴퓨터’, ‘경쟁’ 등의 키워드가 저절로 연상이 된다. 이 책은 그런 게임이라는 장르가 어떠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의 본격적인 등장 배경을 19세기 후반 서구권, 특히 미국으로 잡았다. 당시는 노동자들의 열악했던 노동 상황이 제도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노동시간 단축과 충분한 임금을 받으며 새롭게 부상한 소비계층이 된 그들은, 종래에 존재했던 고급 문화 소비층인 상류층과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전반적인 사회변동은 문화를 향유하는 새롭고 거대한 소비계층을 만들어냈고, 자연히 그들을 대상으로 한 놀이문화가 만들어졌다.
새로이 생긴 다양한 문화공간 가운데 페니 아케이드가 있었다. 페니 아케이드란 이름에서 유추할 듯 있듯이 동전을 가지고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공간 안에는 동전으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기계들이 촘촘이 놓여 있었다. 페니아케이드의 수많은 기계 가운데 영상을 보여주는 키네토스코프라는 장치에 저자는 특히 주목하는데, 이 기계가 페니아케이드의 주요 인기 장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케이드 내부의 수많은 장치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기계 하나에 사람이 한 명밖에 이용할 수 없는 한정적인 공간 사용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사기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은 사업자들에게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 영화관의 시초가 되는 니켈로디온이라는 공간이다. 이렇게 놀이문화의 원형에서 영화와 게임이 분리가 되었다.
영상 기계가 주요한 수입원이었던 페니아케이드는 침체기를 걷게 된다. 슬롯머신과 같은 사행성을 띈 장치들이 그나마 아케이드 산업의 수익성을 지속시키지만, 마피아와 연계되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아케이드의 침체기는 지속된다. 그러다 1950년대 전후 중산층이 급격히 성장하고 가족중심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미국에서 청소년층의 하위문화가 두터워지는데, 그 중심에 핀볼머신이 자리하게 된다. 핀볼머신은 운의 게임성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아케이드 오락에서 벗어나 기술의 게임성에 주목하게 만들었는데,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그들만의 문화를 원하던 청소년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최초의 컴퓨터가 개발되고 나서 멀지 않은 시간에 전자식 게임의 원형이 등장했다. 연구소나 대학 등등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이 원시 게임들은 컴퓨터의 존재 기능적 측면에서 일탈적인 성격을 가진 게임들이었다. 그러다가 놀런 부시넬이라는 인물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 ‘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비디오 게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캐릭터성을 게임 내에 녹여낸 점에서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한 일본 업계의 등장으로 게임업계는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실제로 책을 통해 기대했던 내용들보다 게임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점이 나에게는 새로웠다. 하지만 한계도 보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ㄹㄹㄹㅇ]ㅈ게임에 관한 일련의 역사를 보면서 들은 생각은, 물론 게임이라는 것이 서구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서양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었다. 비디오 게임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삽화가 있었다면 보다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삽화가 하나도 없이 모두 글로만 되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구성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즐기는 인터넷 기반의 게임 이야기가 쓰여있지 않고 비디오 전자식 게임에까지만 한정되어 있는 점도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쉬운 점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좀 더 보강되어 보다 두꺼운 단행본으로 재출간되면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