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서의 감상평 이벤트를 계기로 여러 고전을 다룬 5미닛 컨텐츠를 보게되었다. 사실 고전은 원전 자체가 옛날에 쓰여져 최근 출판된 책과 비교하여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도 가공되지 않아 때론 읽는데 부담이 된다. 고전 5미닛은 이런 무거운 고전의 핵심 아이디어를 5분으로 간추려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이 감상평에선 내가 본 총 10개의 고전 5미닛 동영상을 하나씩 리뷰해보겠다.
첫 번째 고전 5미닛은 불후의 과학명저 카테고리의 유클리드 - 기하학 원론이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우리가 중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해 고등학교때까지 끊임없이 다루는데 대학에 오고 나서 수학을 따로 볼 일이 없다보니 도외시하고 많이 까먹게 되었다. 고전 5미닛에선 기하학 원론이 다룬 기하학 체계가 얼마나 우리 삶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5개의 공리와 5개의 공준으로 구성된 기하학 체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순수한 수학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고전 5미닛은 불후의 과학명저 카테고리의 찰스 다윈 - 종의 기원이었다. 난 군대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 세상의 수많은 의문이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종의 기원은 이러한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된 책으로써 진화의 핵심으로 1. 변이 2. 생존경쟁 3. 자연선택 를 든다.
세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케인즈 -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수능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골랐고 현재에도 글로벌경제학과에 재학중이기 때문에 이 책의 이름은 아주 많이 들어보았다. 항상 이 책의 핵심 논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대학에 와서 중급거시경제학을 들으며 실제로 그것이 어떤 이론이고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배웠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 잊지 못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자꾸 잊어버리고 있어 복습이 시급하다.
네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마르크스/엥겔스 - 공산당 선언이다. 난 이 책을 어릴 적 호기심에 사서 읽어본 적이 있는데 책 치고는 내용이 무척 짧아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고전 5미닛을 보며 생각해보니 그 내용 안에는 핵심 사상에 대한 설명과 당위성 등이 필요한 부분만 잘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고전 5미닛에서도 공산당 선언의 출판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시대상을 자세하게 언급했는데, 책을 이해하는데 이러한 배경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다섯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데카르트 - 방법서설이다.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을 다룬 서설', 이것이 방법서설이 다루는 주제이다. 데카르트는 1. 명증성의 규칙 2. 분해의 규칙 3. 합성의 규칙 4. 열거의 규칙 총 4개의 이성적 사고의 규칙을 들며 항상 자신의 생각 자체를 회의적으로 검토하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이며, 데카르트가 주장한 진리탐구의 자세이다. 이것을 보며 최근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메타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생각을 자유자재로 추상화시키고 구체화시키고 이를 낯선 관점에서 다시 보아 창의적으로 변용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막스 베버 -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때 논술 수업을 들으며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과 당시 청교도정신을 연결시켜 흥미로운 해석을 설명해주셨던 강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읽게 되었다. 비록 원전이 아닌 다이제스트 판이었지만, 다양한 주석과 기타 설명을 통해 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전 5미닛을 통해 다시 이 책의 요약을 보며 느낀 점은: 베버의 해석적 연구방법이 역시 객관성을 결여하기 때문에 너무 한계가 크지 않나 - 라는 것이다. 비정형 빅데이터의 분석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지금, 해석적 연구방법의 연구자 주관이 거의 온전하게 계량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곱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조지프 슘페터 - 경제발전의 이론이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나 기업가정신의 개념은 고등학교 때 배웠지만, 이는 그저 피상적인 키워드 몇 개를 외운 것 뿐이었다. 이 고전 5미닛에서는 슘페터가 동태적 일반균형이론을 주장하고 이와 동시에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을 구별하며 비선형적인 변화를 주장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슘페터의 이론체계가 이렇게 깊고 하나의 정립된 모델로 존재하는 줄 몰랐다. 특히 슘페터는 기업가의 동기로 1. 자신의 사적 제국을 건설하려는 의지 2.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 3. 창조의 기쁨 을 들었는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졌던 내가 요즘 저러한 의지와 동기를 많이 상실했다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기업가는 혁신을 선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 나는 자꾸 관성에 젖어 변화를 귀찮아하고 있는데, 나 자신의 능동적 발전을 위해서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겠다.
여덟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 꿈의 해석이다. 1학년 때 심리학 입문 과목을 들으며 프로이트 심리학이 과거에는 대단한 명성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비과학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아 외면받는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며 그의 책의 원제 Traumbedeutung에서 알 수 있듯 꿈이라는 명확하지 않고 불확실한 대상에 대해 스스로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해석하려 노력한 것은 대단한 시도라고 느꼈다. "꿈은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이다." 란 말이 인상깊었다.
아홉 번째 고전 5미닛은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의 토크빌 - 미국의 민주주의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함께 영미권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미국에 대해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미국을 가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토크빌이 구세계 유럽과 비교하여 신세계 미국의 저력이 어떤 것인지 통찰한 내용이 지금의 미국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신기했다. 특히 "민주주의의 흐름은 필연적이다"라는 통찰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고전 5미닛은 좋은 공동체 카테고리의 몽테스키외 - 법의정신이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과목을 들었지만 그 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은 너무나 개별적이고 파편화되어있어 전체적인 법의 원칙이나 맥락은 잘 파악할 수 없었다. 법학적 마인드를 꼭 한 번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은 이러한 법학 원칙과 체계에 큰 기여를 한 내용이란 것을 알게되었다. 자연법을 강조하며 3가지 정치형태 모두에서 체제유지를 위해 법률이 필수적임을 주장하고 법률이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이러한 자유의 필수 전제조건인 권력 남용의 방지를 3권분립을 통해 해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 '견제와 균형'원칙은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