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주제로 한 매체는 많다. 영화에는 태극기 휘날리며도 있고 많은 작가들이 한국전쟁을 주제로 책을 썼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의 이야기는 전쟁 혹은 그 약간 이후의 시간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들을 다 읽고나면 항상 상상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전쟁이 끝난 이후이다. 글쓴이들은 주목받을 수 있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써 내려갔지만 나는 항상 그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삶이기에 나의 상상은 그 삶을 구성해 낼 수 없었고 궁금함은 답을 찾지 못한채 녹아내릴 뿐이었다. 그렇지만 공터에서라는 책은 전쟁 이후의 삶을 나에게 알려주었고 그 삶들은 나의 상상이 아닌 역사가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항상 과거에서 멈춰있던 나의 지식과 감정은 현대까지 이어졌고 과거는 이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땅을 구성하였다.
이 책은 서사적 구조를 띄지 않고 각자의 시점,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마동수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마동수는 치매에 걸려 간병인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생명은 점점 잦아들고 있었고, 군인인 마차세가 휴가나와 간병을 하면 그 손길이 어색해 힘들어 했다. 아마 집안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밖에서 지낸 생활이 길어 아들이 낯선 탓이리라. 그렇게 아들을 어려워하던 마동수는 아들을 내쫓듯이 내보냈고 혼자 죽었다. 이 부분이 꽤 기억에 남는데 아마 시대가 시대인만큼 먹고 살기 바빠 가족의 안위보다 경제적인 안정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내용상 마동수는 그런것에 심하게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그래도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가족들보다 회사에 더 오래 붙어사는 가장의 모습이 겹쳐보여 안쓰러웠다.
마동수 이후에는 마장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군대에 입대한 마장세는 군에서 착출되 파병을 가게 되고, 제대 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군 장교와 함께 괌에 머무른다. 작가는 마장세가 한국과 아버지를 어려워 한다고 표현했다. 난 누군가를 껄끄러워 해서 만나기 싫어한 적은 있으나 말못할 감정으로 어려워 해 본적은 없다. 경험이 없기에 저 느낌이 무슨 느낌인지 잘 알 수는 없으나 느낄수는 있었다. 마장세가 유일하게 한국에 얽힌 끈은 마차세 뿐이었고 마차세는 아버지와 어머니, 한국에 묶여 있었다. 마장세가 어려워하고 피해다니는 모든 것들은 마차세와 엮여 마장세와 연결 돼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고 비참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주로 마차세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국전쟁 이후 진행되던 삶의 모습이었다. 먹고살기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취직했으며 그 도중에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고 뻔한 진행이지만 내게 이 시대에도 평범한 삶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평범하게 회사에서 일하고, 잘리고 다시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과거에 걸맞은 모습이었고, 그 모습은 지금이 보여 내 안의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었다.
김훈 작가는 소설을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그저 재미없는 한편의 소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표현하는 문체와 방식이 누구보다 소설적이라 글 속에서 소설을 찾을 수 있다. 이 공터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저 한국전쟁이후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이 돼 나의 가슴에 남은 것은 분명 김훈 작가의 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과거에 대한 지식을 현대로 이끌어준 아주 중요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