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인생 책을 다시 읽어 본 후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2학년 재학 중일 때였다. 당시 나는 책에 있는 글자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에 있는 글자가 더 익숙했던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읽어야하는 필독도서를 추천해줬는데 그 중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가 있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처음에 주인공인 스탠리가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문제아들이 머무르는 수용소같은 초록호수 캠프로 가게 된다. 이 곳에서 스탠리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 매일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의 구덩이를 파는 벌을 받게 된다. 처음에 이것은 문제아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구멍파기인 듯 보이지만,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 내막이 밝혀진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전혀 다른 듯한 세 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들이 나중에 인과관계를 나타내며 하나로 이어진다. 일을 대강 일어난 순서대로 얘기하면, 스탠리의 고조할아버지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저주를 받게 되고, 이것이 스탠리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원래 초록호수 캠프가 있던 곳의 백인 여선생 캐서린은 흑인 양파 장수 샘과 사랑에 빠지지만 이를 질투한 보안관이 샘을 죽여서 캐서린이 보안관을 죽이고 무법자가 된다. 캐서린은 황무지를 떠돌며 스탠리의 증조할아버지의 재산을 강탈하고, 그것을 초록호수의 땅에 묻는다. 이 막대한 재산에 대해 트라우트와 린다가 알게 되고, 그들은 초록호수 캠프를 만들어 문제아 개선 명목 하에 땅을 파게 시키며 이 재산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스탠리가 (아마도 스탠리의 고조할아버지와 약속을 했던 할머니의 자손 혹은 연관된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제로를 업고 산을 올라가자 과거 스탠리의 고조할아버지가 받았던 저주가 풀리고 스탠리의 불행도 끝이 나게 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결국 스탠리는 누명을 벗게 되고 증조할아버지의 재산도 되찾게 되고 행복한 삶을 시작한다. 횡설수설 써 놓았지만 책의 구성이 정말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읽혀진다. 이것이 내가 책의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이 책만 당시 5번은 넘게 읽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한 책도 이 책인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한 동안 안 읽다가 오거서 독후감 작성을 위해 다시 읽어봤는데, 중학생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우선 초록호수 캠프에 갇혀서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생수 지급 등 기본적인 생존의 조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구덩이 파는 곳의 환경이,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무리 문제아들의 선도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국제적인 비판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물론 나도 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지만, 증조할아버지의 재산을 스탠리가 잘 취득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의 내용과는 크게 상관없는 경제적인 이야기지만 상속세 등의 문제로 아무리 조상의 재산이라지만 스탠리가 획득할 권리가 있냐는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도서가 아니라 그것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15살때의 나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문제에 대해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예시를 들어보았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이렇게 느끼는 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을 내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부터 느꼈다는 것에 신기하고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