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은 예전 교과서에서 한번 봤을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계속 잊고 지냈는데, 이번에 성균 고전 100선에 있길래 읽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와 데미안에서 고전에 대한 실망이 있었기에 이 책도 그렇게 기대하고 읽지 않았는데 잘했던 것 같다. 오래된 책으로서 연구 가치가 있을 뿐 내가 읽고나서 큰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잘 못 읽는건지, 왜 자꾸 다른사람들이 엄청나게 가치있다고 말하는 책은 내가 읽기에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구운몽은 김만중이 귀양갔을때 자신의 어머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아마 어머니가 읽는 다는 걸 크게 고려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김만중의 어머니도 여자인데, 등장인물들의 말투와 작가의 말투가 모두 사대부들이 좋아할 만한 말투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한글로 풀이된 책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많은데, 그 당시의 김만중의 어머니가 읽었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을 내용이 꽤 있었을 것이다. 김만중의 어머니가 엄청나게 공부를 열심히 한 신여성이면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테니... 자식이 읽으라고 준 책 읽느라고 꽤나 고생 했을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구운몽은 속세의 부귀영화의 무의미함을 일깨우고 불교에 귀의 하는것을 교훈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인지 성진이 양소유가 됐을때, 양소유의 영웅성을 알리기 위해 양소유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양소유의 아버지가 신선으로 변해 하늘로 돌아가고, 16살의 양소유는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다가 뛰어난 능력으로 기생을 반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영웅성을 더욱 과시하는데, 대표적인것이 나라에 쳐 들어오는 적국들의 군사를 편지 하나씩 보내 항복하게 만든 것인데, 이때는 참 진짜 어이가 없었다 아니 서희조차도 담판을 지으러 직접 행차 했는데,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렇지 무슨 편지 하나로 다른 나라의 항복을 받아내는 건지, 만약 이게 고전 100선이 아니라 현대 소설 이었으면 무슨 이딴 소설이 있냐고 생각하면서 덮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양소유는 이렇게 영웅성을 발휘하다가 결국 혼사를 남발하다가 태후의 눈밖에 나서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나라의 위기를 구해낼 사람으로 발탁돼 감옥에서 나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나라를 구해내고 난양 공주, 영양 공주를 처로 맞이 한다. 천하 절색, 경국지색을 양 손에 쥐는 것으로는 모자라 다른 꽃들을 모두 모아 총 8명의 부인, 2명의 처, 6명의 첩을 얻고 늙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게 된다. 진짜 너무 너무 부러운 상황이다. 누구는 여자친구 하나 못만들고 있는데 지 혼자 부인을 8명이나 차지하니, 소설이지만 그래도 부러운 마음이 마구마구 일었다. 나같으면 정말 죽기전까지 계속해서 즐길텐데, 늙으니 욕심이 없어졌는지, 갑자기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말을 하게 되고, 신선의 세계로 돌아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이건 별로 안부러웠다. 깨달음이고 뭐고 현대 사회는 돈이 최고지.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 조금 궁금했던 것이, 조선시대에서는 불교보다는 유교나 성리학이 많이 발전 했다고 알고 있는데 김만중은 왜 불교의 교리를 주제로 소설을 썼냐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불교를 좋아하셨나? 하는 이상한 답밖에 안떠오르는데,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 겠다.
항상 사람들이 고전을 읽고, 고전을 추천 해 주는데, 난 아직도 고전의 큰 가치를 못 느끼겠다. 언제쯤이면 사람들이 말하는 고전의 가치를 느끼게 될런지, 내가 읽는 방법을 고쳐야 되는건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