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읽었던 책은 민음사의 구운몽은 아니었으며, 현대어 풀이와 삽화들이 있는, 구운몽을 쉽게 풀어 쓴 책이었다. 중학교 시절 구운몽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주인공인 양소유가 정말 부럽다는 것이 다였다. 물론 책의 결말 부분에서 그것이 일장춘몽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는 이러한 물질적인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전부는 아니라는 교훈을 얻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출신과 미모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2처와 6첩들을 곁에 두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이라면 어쩌면 꿈에서 깨기 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처럼 당시 필자에게 있어 구운몽은 재미있는 연애소설 정도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하는 것이었다. 즉, 비록 돈은 얼마 벌지 못하지만 내가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혹은 내가 싫어하고 힘든 일이더라도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하고 관련된 여러 명사들의 강연 등도 찾아서 보았는데, 모두 하는말이 달랐다. 혹자는 직업은 싫던 좋던간에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며 그 일을 함으로써 벌어들인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였다. 또 다른 사람은 비록 돈은 얼마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하였다. 둘 다 맞는 말 같았다. 선택은 오로지 필자의 몫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필자는 계속해서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이러한 질문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 이 책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또한 앞서 말한 두 삶 중에 어느것이 더 행복한 삶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목표'가 있는 삶이었다. 책에서 양소유로 환생한 성진은 오랜 노력 끝에 8선녀를 모두 얻고 임금 바로 밑의 높은 직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이룬 뒤 양소유는 문득 허무함을 느낀다. 즉 목표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오다가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난 뒤 번아웃(burnout)에 빠지는 것처럼 양소유 역시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욕망은 결핍으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혹은 가지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더이상 가지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없을 때, 사람은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 같다.
한 인터넷 강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여러분은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 판사? CEO? 의사? 아니. 그것은 하나의 직업일 뿐이지 여러분의 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만약 자신의 꿈이 명사라면 사람은 그것을 달성하고 나서는 쉽게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CEO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 기업의 CEO로서 나를 뒤따라오고 있는 많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때, 사람은 비로소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들이 들게 한 책이었고 이를 통해 고전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