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 양자역학 책은 너무 기초적이거나 너무 전문적인데, 이 책은 이중슬릿 실험부터 시작해 양자역학의 전반적인 역사를 훑어주어 틀을 잡기에 좋다. 무엇보다 수식이 많이 안 나온다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수학없이 물리학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교양 과학서적에 딱 알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양자역학에 관해 이 정도로 잘 만든 책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건 좀 신기하다. 책의 퀄리티와 별개로, 양자역학 자체가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들 어떻게 읽으신거지? 나만 이해를 못했나...?
양자역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학창시절 과학을 좋아했다면 충분히 읽을만 하다. 2부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학 지식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해준다. 특히 공유결합에 관한 설명이 인상적였다. 공유결합을 배우면서 한 번도 그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반도체, 양자 컴퓨터, 유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역학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양자역학이 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지 실감했다. 왜 파인만이 "All things are made of atoms.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을 남길려고 했는지(본문 8p), 왜 양자역학을 빼곤 우주를 논할 수 없는지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해하진 못했다. 이번 생에 노벨 물리학상을 타진 못하나 보다.) 또한 왜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형체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것이 인문학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리학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물리학자들이 '계산하고, 증명하고, 실험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철학과 과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대상에 관해 의미를 찾는 사람들과 그것을 증명하려는 사람들. 양자역학이 완전히 증명되는 날이 올까? 그 때에도 사람들이 양자역학이 철학적이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근원적인 질문이 생겼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일까? 만약 누군가 내게 양자역학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도록 하겠다. SHUT UP AND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