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꿈에서 깨면 항상 꿈을 기억하려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꽤 잘 기억하는 편이기도 하다. 해몽은 너무 직선적인 구닥다리 방식이라 믿지는 않지만, 꿈에는 항상 내 심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꿈의 외적인 요인보다 내적인 요인을 더 중요시하는 셈이다.
학기 초에 학교 카운슬링 센터에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신청했고, 벌써 11주차 상담에 접어들었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꿈에 관심이 많다는 걸 듣고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다. 이무석 교수님의 "정신분석에로의 초대"가 그 책이다. 이 책은 프로이트 사상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이트 사상 개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물론 생소한 전문용어들 때문에 다소 읽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 경우는 꿈을 이해하고 싶어서 읽었는데 꿈 외의 프로이트 이론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흥미를 잃고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한 책이다. '꿈의 해석'은 그런 면에서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보다 내게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자존감 수업',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책이 성행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이 떠오르고 있지만, 프로이트는 아들러의 스승으로, 정신분석의 지학을 연 학자이다. 그의 이론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인류에게 정신분석을 선물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소중한 과학자이며 의사임은 분명하다. '꿈의 해석'은 프로이트의 첫 저서이다. 인류가 사소하게 넘겨짚었던 꿈에 대해 심리적으로 접근한 과정들을 서술한 책이며, 나름의 과학적인 증명을 시도한 책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상충하는 두 욕망이 자아내는 영화, 신문과 같은 것이라 하였다. 정확히는 독재시절 신문에 비유했는데, 정부에 불편한 기사를 통제하고자 하는 의지와,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상충하면서 탄생하는 독재시절의 신문과 꿈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꿈의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비윤리적 소망을 꿈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과, 이루어져서는 안될(예컨대, 근친상간이나 살인과 같은 욕망)을 검열하고 억압하려는 욕망이 상충하면서 만들어진다고 프로이트는 해석한다. 프로이트의 사상에는 '욕망'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성욕을 대표하며, 여기서 성욕은 단순히 섹스를 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좋아하는 이와 사랑에 빠지고 싶은 욕망, 결합하고 싶은 욕망 등을 아우른다. 즉, 프로이트는 신체적 욕망뿐만 아니라 정신적 욕망도 중요시했다. 정확히는 정신적 욕망을 더욱 중시했는데 이는 꿈의 재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의견에서 드러난다. 프로이트는 수면 중 발기와 같은 신체 현상은 꿈을 자아내는데 부가적인 재료에 불가하며, 누군가를 사모하거나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은 경험, 혹은 그러고 싶은 욕망이 꿈의 주재료가 된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꿈은 무의식의 소망이 의식의 검열을 받으면서 달성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이며, 그 소재는 주로 욕망, 성욕이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리비도(성욕) 이론에서는 성욕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 때문에 현대 정신분석 학회에서는 온전히 리비도 이론을 받아들이지는 않으나, 그 영향이 존재하지 않거나,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프로이트가 리비도를 이용하여 무의식의 존재와 중요성을 역설했음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너무 길고 세세한 내용을 다뤄서 독후감에 담기는 어렵지만, '꿈의 해석'에는 우리가 어떻게 꿈을 만드는 지의 과정을 서술해 놓았다. 그러니까 영상 촬영법, 각본 짜는 방법, 편집하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여러 소재들이 혼합되어 꿈의 요소들이 만들어지고, 검열을 피하기 위해 소재들이 전치되며, 지나친 검열로 편집되어 꿈이 망각되고 왜곡되는 등, 우리가 평소 꿈을 꾸며 겪어왔던 일들을 프로이트는 나름의 이론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프로이트의 리비도 이론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도 '꿈의 해석'의 꿈의 해석 부분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