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다 읽고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곳곳에서 저자의 견해와 맞지 않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지만, 나 역시 아직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라는 집단에 속해 있어서인지 많은 부분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을 결정하면서, 대학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지금 미래를 다시 고민하는 이 시점에 나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 책 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 글만 읽고도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의 모든 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 글이 길어져 읽기 힘들 수 있다는 점에 양해를 구한다.)
첫 번째 단원은 ‘스무 살, 나는 누구인가’ 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가는 장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상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인간의 본성 자체가 안전지향적인 ‘정착민의 욕망’과 탈출지향적인 ‘유목민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다양한 욕망들 중 무엇이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스무 살은 다양한 욕망의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단원에서 ‘아름다움(美)’이라는 가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일상의 일에 얽매여 있을 때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내일 할 일이 없는 사람은 노을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겠지만, 내일 할 일이 많은 사람은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한 치 앞의 현실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마음의 쇼생크로부터 과감히 탈출해라’고 말한다. 당장 에베레스트에 등반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과감히 북한산의 정상에 오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일상의 일로부터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심리적 거리를 둔 자만이 아름다움을, 숭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북한산 정상에 오르면서도 취업 스펙을 걱정할 것이고, 한 발 더 나아가 ‘저의 열정은 북한산을 등반하며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정상에 올라보니 …’하며 자기소개서에 등산 얘기를 쓸 지도 모른다. 나는 과감히 얽매임으로부터 눈 딱 감고 탈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이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다음은 ‘스무 살, 불안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불안에 대해 얘기했다. 현대인들은 불안이라는 갑갑한 옷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나는 이 책에 나온 울리히 벡의 ‘위험 사회론’이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했다. 간단히 말하면 ‘기술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그 사회의 위험도 또한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나는 스물 한살이 될 때까지 은행 거래를 하면서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은 커녕 텔레뱅킹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으면 무조건 창구를 이용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시 ATM기를 이용했다. 왜냐? 해킹당하거나 오류가 생겨 내 돈이 몽땅 사라질 까봐! 결국 지금은 편리함에 물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계에 대한 두려움은 내 안에 숨쉬고 있다. 이처럼 오늘 날 우리 사회의 편리함은 많은 부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가 만일 시스템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도로가 마비될 것이고, 전기가 끊긴다면 모든 사무실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불안함을 가질 요소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불안감, 스트레스 등은 인간에게 ‘적’일까? 게랄트 휘터는 스트레스를 ‘더 나은 삶으로 등을 떠미는 엔진’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빠른 일 처리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조금만 과하더라도 정신과 신체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20대는 불안감과 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대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도 고액 과외와 대형 학원들의 ‘경쟁심리’마케팅에 넘어가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왔더니, 이제 스펙 전쟁의 시대이다. 동기 A는 이번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고, B는 우연히 넣은 동계 인턴십에 합격했다고 한다. C는 휴학하더니 대외활동 하고 있네…. 이런 상황이 바로 우리 20대가 마주친 현실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 모습이 비춰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불안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나는 내 불안감에 가득 찬 모습도 받아들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스무 살의 선택, 운명을 만들어가다’ 단원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질이 선택된다. 너무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은 그런 말이다. 선택은 어렵다. 중요성을 알기에 더 어렵다. 차라리 선택권이 없는 일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남 탓 상황 탓을 하겠는데,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니 원망할 사람도 없다. 요즘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선택지는 너무 많은데, 선택을 내리고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이 최선일까?’하는 후회가 이어질게 두려워 이도 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선택은 일종의 가치 판단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배제했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기준이 있듯이 타인의 기준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취향 존중’을 해줘야 한다.
선택을 할 때 몇 가지 팁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다. 먼저 기회 비용이 크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미 공을 들여 놓은 것이 너무 아깝다고 끝까지 매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제 때 발을 뺐으면 적게 손해 봤을 텐데 끝까지 매달려 있다가 더 큰 손실을 얻을 수도 있는데, 이 것을 ‘매몰 비용’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몰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 어디에도 최상의 선택은 없다. 그러니 자신 있게 선택해보자. 또, 선택하기 전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자. 이 시간은 나의 이성과 대화를 나누며 나를 치료하는 시간이다.
마침 다음 단원이 ‘스무 살의 고독과 놀이, 그리고 친구’로, 고독에 대한 애기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며 자란 요즘 세대는 단조로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킬링 타임용 영화, 게임’등을 찾아 헤매는 세대이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자기를 피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지 얼마나 됐는지 한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두 종류의 고독을 소개한다. Loneliness는 흔히 우리가 아닌 외로움이다. 안절부절 못하며 타인을 기다리는 그런 고립의 시간이다. 우리는 solitude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솔리튜드는 나의 의식 공간을 더듬어보는 시간으로,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힘을 얻는 내면의 여행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비록 내가 과거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한 일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교훈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동적인 역할을 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한 내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이 때의 성공이 나의 자신감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과거의 일로부터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 나도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인데, 나 자신과의 대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스무 살의 욕망과 행복’이다. 이 단원에서는 ‘성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등 다소 본질적으로 욕망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다. 예전에는 ‘성공? 그거 뭐 있어? 돈 많이 벌어서 빌딩 한 채 턱 사는 그게 성공이 아닐까?’라고 다소 1차원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좀 더 깊이 있게 고찰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물질 만능주의로 돈=성공이라는 공식을 우리의 뇌에 주입시킨다. 나 역시도 돈만 많이 벌면 적성에 맞지 않는 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2년 여 정도 하니, 이 일을 평생 하면 내 삶이 정말 지루하겠구나, 그러면 돈을 아무리 벌어도 내 삶은 성공한 것이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처음으로 돈=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성공한 삶은 결국 행복한 삶이 아닐까? 그리고 그 가치는 정말 주관적이다. 남들이 볼 때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총수가 자살을 하기도 하고, 남들이 볼 때는 너무 한심해 보이는 사람은 매일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 지도 모른다. 책에 나온 영화 <언러브드>의 여주인공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잘 나가는 당신,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세요. 평범해 보일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살 뿐이에요.’ 예전에는 남들이 보는 내 모습에 집착하기도 하고, 물질적으로 성공한 삶에 집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가 웃을 수 있는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 바로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스무 살, 성공을 말하다’에서 앞의 내용을 이어나간다. 이 부분의 큰 질문은 ‘성공을 얻어내기 위해서 현재의 만족이나 행복을 지연시켜야 하는가?’이다. 우스개로, ‘돈 많이 벌어서 뭐 할거에요?’라는 질문에 ‘회사 안 다니면서 편하게 늦잠자려구요’라는 답변을 한 사람에게 ‘그러면 지금 그냥 회사 그만 두고 늦잠 자면 안 되는 건가요?’라고 반문하면 십중팔구는 어찌 대답해야 할 지 당황하고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미래형 인간’이 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형 인간이라고 열등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현명한 쾌락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한 일화가 흥미로웠다. 그는 부상당한 왼팔을 수술했고, 의사는 회복하기 위해서 운동을 매일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했고, 한달 뒤 경과를 확인하며 의사가 구박과 독설을 날리려던 찰나, 그의 왼팔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보니 그는 운동은 싫어했지만 병실의 환자들과 매일 카드놀이를 하며 왼팔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는 지혜롭게 놀면서 목표에 도달했다. 우리도 이런 삶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스무 살의 사랑’에 대한 얘기였다. 사랑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맞춰나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생활 환경에서 서로 다른 교육을 받으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이십 수년간 살아온 상대가 나와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나는 널 잘 알아”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가치관 차이, 성격 차이, 생활패턴 차이 등을 알아가고 맞춰나가며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지금 읽은 게 조금 아쉬웠다.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 받고,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고,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 같고, 내 내면의 소리를 잘 듣지 않고 그저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스무 살 때 읽었더라면 지난 몇 년을 조금 더 값지게, 나 자신을 조금 더 아껴주며 보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동시에 또 이런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갈 때 읽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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