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결혼에 아직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동심 파괴적인 면이 적잖이 있었는데,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진다.
우선, 알랭 드 보통의 이름만 들어봤지 그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는데, 서술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는 아니다. 하지만 차분히 읽다 보면 정말 '눈앞에 그려지듯이' 묘사를 한 것이 얼마나 책의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묘사가 주는 몰입감을 에세이가 깨뜨린다는 게 약간 아쉬웠다. 심지어 해설 부분의 폰트가 서술 부분과 다른데, 이 때문에 더더욱 그 경계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미 눈으로 '아 이제 곧 해설이구나' 라고 준비하고 해설을 해설로 읽는 느낌. 폰트가 일정했다면 뭔가 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아무튼, 책은 주인공인 라비와 커티스의 연애와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서사가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그 상황에 대한 해설이 들어간다. 앞서 말했지만 낭만적 연애라는 워딩에 속으면 안 된다. 이 소설은(개인적으로는 정말 정말 에세이라고 생각하지만, 편의상 소설이라고 칭함) 왜 사회에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현상이 그렇게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 같다. 5부 중 적어도 3부는 '이 부부는 곧 이혼하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니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4부는 제목도 외도고... 책 읽기 정말 힘든 내용이었다.
결혼생활에 대한 동심파괴에 해설 때문에 읽는 진도도 잘 안 나간 책이었지만 읽고 나니 할 이야기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실제로 이 책은 비단 결혼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배려나 이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해설은 그 심리와 이유를 꽤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준다. 책을 읽는 데에 오래 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자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내용이 동심 파괴적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내 삶에서 그 환상을 유지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