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의도치않게 두 번 읽게되었다. 내가 갖고있는 표지는 깔끔하고 양장본같은 표지를 갖고있지 않았기에,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인 것 만 보고 책을 읽어보니 과거에 읽었던 책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는 생각하였다. '이 작가는 모든 책의 구성이 다 똑같구나'하고. 내가 같은 책을 읽고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본론으로 넘어가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해 꽤나 담백하게(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러하다)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담백하지만서도 옆에서 커플을 실제로 지켜본 듯이 섬세하게 연인의 심리를 묘사해낸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하는데, 그 이유에는 그의 문체가 쉽게 읽힌다는 것도 포함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그 문체가 조금 안맞는지, 처음 읽을 때에는 너무 지루해서 읽다가 포기를 하였는데, 다시 읽어보니 혼자 시간을 보낼때에 펼쳐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남녀의 만남부터 그들의 연애에 이어 결혼 생활까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마치 운명적인 것 만 같은 만남으로 시작해 행복한 가정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람들의 모든 연애가 그러하듯 항상 좋은 이야기로만 이루어져있지는 않다. 주인공들은 다투기도 하고 또 화해하고 다른 이성을 눈에 담기도하고, 또 실제로 외도를 하기도 한다. 작가는 중간 중간에 그들의 심리에 대해 묘사를 해주는데, 마치 그들 마음 속을 진짜 들여다 본 것 마냥 얘기해준다. 몇몇 이야기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잘 맞아 들어갔다. 특히 다툼에 대한 부분의 설명이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책은 그저 책으로 남을 뿐 이렇게 내용으로 읽는다고 해서 내 생활 속에 받아들여져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음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내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쉬울 뿐이다.
한 가지 껄끄러웠던 것은 너무 담백한 나머지 다른 이성에 대한 성적인 관심이라거나 외도까지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러한 일들은 마치 연애, 결혼 생활 속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일으로 보였다. 소설 속이라지만 외도를 목격한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 외에도 일어남직한 일들로 구성된 내용은 마치 내가 결혼 생활을 겪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제목의 낭만적 연애는 내용 상에서는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있고 결혼 이후의 생활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결혼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있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격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이처럼 결혼을 잘 표현한 정의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결혼, 육아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기 때문에 연애 부분보다는 공감이 덜 되었다. 만약 아주 시간이 흐른 후 결혼을 하게 된다면, 마치 어른이 된 후 읽은 어린왕자처럼 이 책도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을 이미 소장한 상태라서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뒤에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