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나무',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등을 읽고 그의 최근 작품인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바빠서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해 아쉬웠는데 나와 연애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던 친했던 친구가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책이 있냐는 말에 이 책을 대답했다. 그렇게 끝까지 다 읽게 된 책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둘의 달달한 연애 생활이 아이를 기르며 힘든 일상으로 바뀌고 서로에게 완벽히 만족하지 못해 결국에 남편은 바람까지 피는, 그렇지만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타인이엇던 두 사람이 만나 맞춰가며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말해주는 듯 했다.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들이 싸우는 부분에서 이들이 왜 사소한 걸로도 싸우는지, 이들이 어떤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으로 인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상세하게 설명되어있는 것이었다. 만약 커플들이 싸울 때 이 책에 쓰여져 있는 작가의 말이 갑자기 해설처럼 등장해서 서로의 생각을 명확히 말해주고 입장을 단순하게 해주었더면 이 세상에는 아무도 싸우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내가 아무리 사소한 점에서라도 어떤점에서 속상한지나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등등을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상대방도 이와같이 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집안일을 서로에게 미루며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관계를 망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었는데 만약 이들이 각자의 이유와 감정을 분명하게 말했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 중 내가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은 저자가 계속해서 이 둘의 싸움이나 그들의 행동의 이유를 그들의 과거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물론 유년기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작가는 등장인물의 대부분의 행동의 원인을 유년기에서 찾는 듯 했다.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커스틴(여자주인공)의 유년기에 멀리 가정을 버리고 떠난 것이 어떻게 커스틴이 자신의 남편 라비가 멀리 출장을 가 있을 때 그에게 살가운 전화를 하지 못하는 게 만든다는 말인가? 책의 주인공인 라비와 커스틴은 모두 유년기에 가정에 결핍을 겪었지만 만약 저자가 주인공들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으로 설정했다면 그때는 이들의 행동의 원인을 무엇으로 찾았을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 자체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많은 동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결혼한후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 책은 낭만적 연애 후의 일상에 대해 다룬다. 아기들은 계속 돌보아 주어야 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은근한 비교까지하며 결혼한 부부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내가 지금 생각하기로는 결혼이 연애의 최종 목표인 것 같지만 결혼 후에도 일상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커스틴은 적어도 격일로 재택근무라도 하는 실정이지만 한국에서는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하는 의문까지 든다. 만약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시작하고 남편을 내조한다면 결혼 후에는 '나'가 없어지고 '아내'와 '엄마'만이 남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지만 책에서 결혼 후의 끔찍한 일상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아기들이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힘들다는 말도 나오기는 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기르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분명할 것 같기는 하다. 이렇게 아기들을 키우는 것이 대해서는 장단점이 모두 나오기는 하지만 결혼한 부부의 관계에서는 장점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둘의 관계는 물론 서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육체적인 관계도 갖지 않고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쌓여있고 라비는 심지어 바람을 피기도 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둘의 관계가 앞으로 더 호전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황까지 본다면, 커플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것이 좋은 관계 형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쨋던간에 매우 현실적인 연애 후 이야기이고, 연인 사이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람간에 적용될 수 있는 감정이나 자신 생각 전달 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