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으로 구성된 냉정과 열정 사이 책을 각각 리뷰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두 책을 같이 묶어 놓은 구성을 읽은 것으로 표시했습니다.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책 제목의 아름다움으로 정말 유명한 책이 바로 '냉정과 열정사이'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 관련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내게 한눈에 들어온 책이기도 하다. 한 헤어진 커플의 이야기를 남녀 작가가 두 권의 책으로 써낸다는 사고가 굉장히 창의적이고, 헤어진 남녀의 이야기를 다른 성의 기준에서 풀어낸다는 것도 참신하지만, 정작 이 책이 주는 느낌이나 책의 내용이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제목을 가져갈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냉정과 열정이라는 말이 서로 다른 남과 녀의 관점에 대해 상징적으로는 표현해 줄지 몰라도 실재 이야기 속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냉정과 열정 어느 것에도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고 스토리 전체도 남녀의 사랑보다는 헤어진 옛 연인과의 약속 그리고 그리움에 대한 얘기다. 둘이 실재로 만나는 날짜는 3~4일 정도이고 챕터로도 13챕터 중 1챕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옆자리 분이 무슨 책이냐고 물어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고 있다고 했다. 짝 분이 내용을 설명해 달라해서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알려줬는데(물론 나도 Blue를 다 읽고 Rosso 를 읽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이게 무슨 불륜이냐고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약자이다) 소설 아니냐고 하셨고 반박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소설은 분명히 로맨틱하고 설레면서 애잔하고 그리운, 사랑이 줄 수 있는 감정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한 명은 이미 결혼을 했고, 한 명은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한 약속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기존 연인과 헤어지고 서로를 만나러 간다. 그래놓고 둘은 4일간 그동안에 나누지 못한 대화와 사랑을 나눈다. 이것이 불륜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지만 이를 두고 무작정 '불륜이네, 불륜 소설이네' 얘기하는 것은 분명 사실임에도 옳지 않아 보인다. 그 단어는 이 책이 전체적으로 독자에게 주는 감정과 느낌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것이 설령 내로남불 식의 감정일지라도 로맨틱하고 아름다우면서 아련하다. 거의 10년 전에 사귀었던 두 사람이 30살이 되는 여자 생일에 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임신과 관련된 남자 측 아버지의 압박에 의해 낙태를 하게 되는데, 남자는 낙태한 이유는 모른 상태에서 혼자 낙태를 한 여자를 원망하며 둘은 결별한다. 각자의 직업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둘은 약속의 그 날이 다가올수록 서로를 더 추억하고 그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만나고 있던 사람과 이별을 하고 약속의 그 장소로 떠난다. 상대방이 그곳에 오지 않을 거라고 강하게 믿으면서도 본인 스스로가 얽매인 그 약속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서 서로를 만난다. 둘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정말 애잔하게도 여자는 둘이 만난 곳이 각자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남자는 떠난 여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여자가 간 곳 티켓을 사서 따라 떠난다. 둘이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다시 이어졌는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아련하다.
스파크가 강렬하게 터지고 서로 싸우고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연인에게 해당되는 사랑이라는 것의 형태라면, 그리워하고 보고싶고 미우면서도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느끼는 것은 헤어진 연인에게 해당되는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