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 중요성을 부여 한다면 9할은 눈이다."라고 할만큼 눈은 우리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눈이 멀었다."는 것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 눈을 감고 30분, 아니 5분만 다녀보라고 해도 일반인들은 다니기 힘들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몇몇 사람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모든 사람들 중 한 명만이 보인다면 어떨까? 이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이 책에 처음 호감을 가진 이유는 단순 베스트셀러이자 주제 사라마구라는 유명한 작가가 써서만이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면서이다. 인간은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며, 인간의 자격은 어떠한 것일까?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얼마나 감추는 것이 많고, 그 속에서 얼마나 서로를 신뢰할까? 이에 대한 호기심이 갑자기 생기면서 이 책을 찾아보게 된 것 같다.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 또한 과거 전쟁과 학살로부터 배운 인간의 자격과 상실감을 보여주고자 '눈먼 자들의 도시'를 발행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책 중반부에 나오는 사람들간의 무책임한 행동,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성욕으로 채워진 남성들, 배고픔과 추위같은 인간의 생리적현상들을 막힘없이 보여주는 과정에서 참된 인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주제 사라마구는 책을 전개하는 방법부터가 거침없었다. 표현방식과 관점또한 뭔가 달랐다. 따옴표없이 전개되어 속도감있고 쉴 틈이 었었다. 하지만 전개면에서 이해안되거나 막히는 부분은 없었다. 주인공에 대한 특별한 소개도 없고 서술도 3인칭인듯한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이러한 독특함을 작가는 왜 보였나하는 생각을 해보니, 눈 먼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먼자들에게는 서로의 생김새, 이름, 신체적요소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화와 상대방의 태도만이 중요할 뿐, 보여지는 것은 어떠한 의미도 없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먼 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여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초반부에는 삶의 감사함을 느꼈다.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실명하고 그러면서 이것이 바이러스처럼 온 세상에 퍼진다. 혼란에 빠지고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의 건강한 나의 모습에 우선 감사함을 느꼈다. 여기서 다음으로 느낀것은 사람은 과연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에 대한 생각이다. 인간들의 지도자들은 그들을 다른 곳에 묶어놓음으로써 바이러스를 방지시키고자 한다. 이는 과연 어떠한 선택일까? 그 사람들을 격리시킴으로써 다른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하는 입장에서 이타적인 것일까, 아님 자신의 안전을 위해 타인을 대책없는 곳으로 몰아넣는 것이 이기적인 것일까. 이 책은 이타적인 것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다. 한 명만이 앞을 볼 수 있게하여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이야기가 중후반쯤으로 이어져가고 점점 본성이 절정으로 갈때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희망을 잃고 자살을 택했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비굴하고 치졸하게 살아갔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사람들이 다시 눈을 뜨기 시작하고 이로써 이야기는 끝이난다. 평소 궁금해했고 요즘들어 심오하게 알고 싶은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조금의 궁금증이 풀렸다. 이기심과 이타심. 본능과 이성. 나는 어떠한 사람일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든 책인 것 같다. 또한 타락한 세계에 대해 일침을 날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린 이미 눈이 멀었고, 그것을 지금 인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은 의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