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가이자 플라톤의 제자로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사랑하는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서 이 책 《니코마코스윤리학》을 써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난 지 13년이 되는 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죽기 전 어린 아들을 위해 이 글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염두 했을 때 드는 의문은 과연 13살짜리 그의 아들은 훗날 이 책을 이해하게 됐는 지였다. 평생을 ‘행복’이란 무형의 가치를 탐구하며 ‘행복한 삶’을 추구한 그의 뜻을 본받아 그의 아들은 어떻게 그의 뒤를 이었을 지가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니코마코스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 삶의 윤리적 가치들과 규범에 대한 탐구와 고찰로 이루어진 저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가장 주로 다루는 가치는 바로 ‘행복’인데 행복이란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와 함께 수반되는 여타의 미덕들, 지적인 미덕들과 감정적인 미덕들의 작용 원리와 함께 이런 미덕들의 이상적인 지향점까지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에 대한 이해였다. 그가 인간을 ‘정치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이라 정의내린 데에 있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온 인간 본성의 가치들만 살펴보아도 그의 ‘정치’에 대한 이해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니코마코스윤리학》의 옮긴이 서문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의 첫머리와 끝부분에서 윤리학을 정치학 입문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윤리학의 주제가 개인 또는 일부 집단의 행복이라면 정치학의 주제는 공동체 전체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저자의 이해에서 비롯되는 주장이다.
‘정치’에 대한 그의 이해는 굉장히 시대초월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당시 고대 아테네에서는 재산을 지닌 성인 남성이라 규정된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오늘날의 ‘민주주의’형태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학문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플라톤은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우매한 민중들이 이끈 민주주의에 의해 죽음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며 민주주의 체제를 불신하였는데, 이러한 경향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치 형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귀족정과 민주정의 요소를 조화하여 중간 계급이 나라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방식을 지향했던 그의 ‘정치’에 대한 이해는 고대 아테네라는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사회에 적용되고 이행되어야할, 포퓰리즘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현 민주주의 체제에 지배받고 있는 우리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니코마코스윤리학》을 읽으며 내내 불편했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대중’의 존재를 매우 열등한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그는 대중을 감정의 지배에 휘둘리는 자들이며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해 이를 영위하지도 못한다고 본다. 이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이끄는 것은 바로 ‘습관’에 있는데, 이는 강제성을 띈 ‘법률’을 통해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이를 만들어내는 입법자는 남들을 개선하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더불어 전문적지식과 보편적 지식이 공존하는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조건부를 단다. 플라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그의 사상에도 ‘엘리트주의’적인 관점이 녹아있었다. 그의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엘리트가 아닌 이상 일반 대중은 엘리트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는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며 계몽되지 못한 채 자신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행복’조차도 ‘쾌락’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이 비극적으로 와 닿았다.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한편으로 그가 ‘대중’을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보았기에 아테네 민주정 체제 하에서도 ‘노예’계급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니코마코스윤리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처음 접할 때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 본 적 없는 가치론적인 문제 탐구의 연속으로 독서에 좀 어려운 감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설명에 활용하는 비유 사례와 논리 전개 과정이 깔끔하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필력은 그 이해를 쉽게 쉽게 만들 뿐 아니라, 그 기술력에 감탄까지도 자아내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되어 2000년이 지나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정치’에 대한 메시지는 현재 국내외 정세가 어지러운 시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이켜보는 데에 본보기가 되어 준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