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인문학도 소위 말해 '문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과학이나 수학 쪽 지식은 부끄러울만큼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채우기 위해 평소 과학 도서들을 일부러라도 접하려고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아마 과학도서들의 내용이 철학적 의미를 던져주거나 독자로 하여금 소설속의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거나 그 내용 전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저명한 과학자들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평집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단순히 책의 제목을 소개하고 줄거리와 핵심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상의 인터뷰 쇼에 저자를 초청해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 전혀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바는 "과학서가 한낱 유익한 정보지가 아니라 인간, 자연, 생명, 우주, 문화, 종교, 그리고 사회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참신한 통찰을 던져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인문 교양서" 라는 것이다. 평소 과학서적들을 저자의 표현처럼 단순한 '정보지' 정도로 치부했던 나로서는 다소 과장이 아닐까 싶기도 한 표현이었지만 책에 소개된 다양한 과학책들을 보니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 덕분에 과학 도서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사라지기도 했고 또 책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소화해야할 것 같고 또 책을 다 구입해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도서관을 활용하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또한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경우도 만히 않다. 선택적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봐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방법 역시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책 한권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그 뿌듯함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과 만족감을 잘 저울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 소개한 과학 도서들 중 읽고 싶은 책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윌슨의 『통섭』 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현재 통용되는 지식의 구획들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는 좀 더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인공적인' 칸막이를 쳐놓았을 뿐인데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본질적인 구분처럼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각 칸막이 안에서만 통하는 질문들도 있지만 중요한 질문들은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개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이 윌슨의 주장이다. 이는 기술의 공유와 융합화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갖는 의미가 큰 중요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이다. 패러다임은 특정한 신념이나 가치, 문제 등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모두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패러다임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탐구활동을 한다. 따라서 어떠한 현상이든 이 패러다임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고 실제 경험과 이론이 맞지 않는다면 과학자는 자신의 무능을 탓할 뿐 그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를 찾자면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일들이 그 패러다임이 깨지고 나서야 가능해졌다는 예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구가 처음부터 둥글다는 패러다임이 보다 빠르게 받아들여졌다면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외에도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 리처드 탈러의 『넛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등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을 읽으며 따로 메모해두었던 책들은 모두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