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으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길거리에서 소위 말하는 '도인'들을 더 자주 만나고 대화 당하는 편이다. 유난히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어도 도인들은 굳이 나에게 와서 이렇게 묻는다.
"도를 아십니까?"
소심한 성격 탓에 그냥 웃으며 지나쳤으면 지나쳤지 단 한 번도 반문해보지 못했지만, 용기가 생긴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 번쯤 꼭 되묻고 싶다.
"그러는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
이렇게 이번 여름까지만 해도, 그들도 모르고 나도 잘 모르는 '도'였지만, 이번 학기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박승희 교수님이 하시는 <사회과학고전읽기> 수업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도'가 있겠으나 이번에는 교수님의 책을 통해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노자의 '도'에 대해 배울 기회를 가졌다.
내가 고등학교 때 얕은 수준에서 접한, 한자들과 그 뜻풀이로 가득한 일반적인 『도덕경』 과는 달리, 박승희 교수님의 책에는 교수님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시가 각 장마다 들어있다. 총 81장으로 되어있으니, 교수님의 크고 깊은 연륜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또한 쉽고 일상적인 설명은 『도덕경』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한층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특히 다른 고전들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노자의 『도덕경』은 특히나 모순적은 표현들을 많이 지니고 있어 나처럼 학문적 소양이 얕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말장난으로 사람을 홀리는 책'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예컨대 『도덕경』 2장을 보면,
'...(중략) 가짐, 안가짐이 서로를 낳고,
어려움과 쉬움이 서로를 이루며...(중략)' 박승희, 『도덕경(사회복지학자가 읽은 노자)』, 사람의무늬(2015), p34
과 같은 표현이 있다. 이러한, 표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은 으레 『도덕경』과 '도'에 대한 난해함과 거부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 책에서 한국인이라면 호불호가 적을 자반김을 싫어하는 외국인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성형외과 광고들을 통해 위에서 든 모순적인 예시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알려주신다. 도가 사상에서 노자만큼 유명한 장자가 사람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이해시키고자 할때 호접지몽과 같은 비유를 즐겨 써서 이해를 도왔다고 하는데, 그런 장자가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또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점은, 교수님께서 『도덕경』 속에서 현대 사회복지제도와의 교차점을 짚어내신 데에 있다. 얼핏 보면 『도덕경』은 사회의 여러 복잡한 제도들을 반대하고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인 반면, 통념상 사회복지는 자유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속에서 여러 제도들을 도입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 사회복지 체계가 『도덕경』에 나오는 성인이 이루어내듯이 '함 안갖는 일'을 통해 사람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줘야 함을 일깨워준다. 즉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짧막한 진리를 두 개의 상반되는 듯한 존재를 꿰뚫는 데 사용하신 것이다. 정말 표지의 문구대로 모든 복지제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두의 '마음은 비워주고 배는 채워주'는 것 아닌가.
사실 『도덕경』은 어려운듯 하면서도 쉬운,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해서,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어디가서 '나 도(道) 좀 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누가 도를 아냐고 묻는 묻지 않든, 이 책을 통해 배운 『도덕경』의 가르침들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칠 떄 꺼내서 사용한다면, 그것으로 '도'는 그 의의를 다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