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고전읽기
이 책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였는데 벌써 기말고사 기간이 왔고 나는 정말 오랜만에 첫 장을 펼쳐서 읽었다. 1장을 읽기 시작하는데 수업 첫 주 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노자의 말씀이 교수님의 입으로 전달될 때 마치 조용한 방에서 혼자 심리치료를 받는 기분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과 과거에 있었던 일이 노자의 말과 마치 그림자와 그림자가 합쳐지듯이 하나가 되면서 옛날 생각이나 눈물이 날 뻔한 적도 많았다. 나는 지금 3학년 2학기를 끝마치고 있다. 3년 동안 과연 내가 무엇을 했을까? 하고 싶은 것을 하나라도 했나? 그게 아니면 학교를 열심히 다녔나? 그것도 아니라면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신나게 놀아본 적이 있나?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고전에 관심이 없었고 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강신청했던 과목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아서 얻는 게 많았던 것일까? 만약 2학년 때의 내가 이 수업을 들었더라면 뒷자리에서 꾸벅 졸기 마련이며 지루해하며 수업을 아예 빠졌을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박자 늦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몸은 느긋했지만, 머리가 바빴다. 걱정과 생각은 많아져 갔지만 실천하고 도전하기 무서워했고 게을렀다. 그래서 남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 칭찬에도 아니라고 부정하며 스스로 더 채찍질해야 한다 생각했고 잠을 줄여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건강이 안 좋아질뿐더러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어졌고 , 한 전공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모든 학생에게 “요즘 그림 그리는 거 어떠니? 그림 그리는 게 진정으로 즐거운 거 같니?”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수업시간에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심적으로 아주 힘든가 보다 하며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주셨다. 이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노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고, 도덕경은 실질적인 해결책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심적으로 편안해지는 책이었다.
의욕 없던 내가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학교에 나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그리는것은 재밌지만, 학점도 챙겨야 하며 교양수업도 들어야 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조금 집중하기 힘들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 오면 회피하였고 도망가기 바빴다. 그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나에게 어려운 문장이었다. 나는 실패할 일은 아예 시도조차 안 해보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점점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즐겼을 때 오는 성취감을 느꼈다. 도덕경의 많은 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은 33장이다. 마지막 문장인 불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이다. 견고한 것이 일찍 죽는다는 것이 노자의 주장이다. 노자는 지혜는 버리고, 현명함은 숭상하지 말며, 강하기보다는 약해지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며, 의지는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했으며, 자신을 이러한 틀 안에 가두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눈물이 많고 상처를 많이 받는데 이러한 내 모습을 싫어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무의식의 강박감도 있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현명함이라는 명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고, 남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생기는 두려움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눈물이 많고 상처를 많이 받는 점을 안 좋게 생각하려 하지 않고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구나.’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여 보기로 하였다. 감성적인 부분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는 걱정하지 않고, 겉으로 강한 것이 진정으로 강한 게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도덕경을 읽으면 뒤통수를 누군가 꽝하고 때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옳았다고 믿고 있던 생각들이 무너지며 사고방식이 넓어지게 해주었다. 또한,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마음에 와닿는 구절도 있었으며 노자는 나 스스로 내면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