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명에 사로잡혀 있다.
2014310219 김원재
‘비움을 이룸이 지극해지면 고요함을 지킴이 돈독해진다.’
‘致虛極 守靜篤’
최근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불러온 투기 광풍에 우리나라의 전 세대가 휩쓸리고 있다. 직장인과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부터 전업주부까지 대출까지 써가며 형체가 없는 인터넷 속 가상의 화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비트코인은 현재 2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오로지 명과 욕에 의해 그려진 차트라는 그림에 불과한 것에 사람들은 울고 웃고 ‘한강 간다.’라며 자살을 하겠다는 말을 쉽게 내뱉기도 한다.
나의 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 벌써 2달이 지났다. 그 글을 쓸 당시에는 마치 그 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듯하여 내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였고 이후 나름의 도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느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수많은 명과 욕에 의해 나는 이때까지의 깨달음과 배움이 달아나버린 듯했다. 결국 나도 명과 욕의 파도에 다시 휩쓸려버린 것이다. 파도는 끊임이 없어서 고작 몇 번 버틴다고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확천금을 얻었다는 주변의 자랑과 너도 시작해보라는 끊임없는 유혹 속에 가장이라는 부담감을 쉽게 떨쳐버리려는 마음으로 욕망에 몸을 맡겼다. 밤새면서 차트를 보고 학교에서도 가격이 떨어질까 불안해서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않으며 나는 점점 비웠던 마음을 다른 쓸데없는 것들로 채웠다.
하지만 이전의 나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고 배운 도덕경의 구절들을 떠올렸다. 그 중 ‘비움을 이룸이 지극해지면 고요함을 지킴이 돈독해진다.’ 라는 16장의 구절이 기억에 남아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읽고 마음을 다스렸다. 비움이 있어야 고요함을 지킬 수 있고 마음을 비우려면 이름을 버려야 한다는 이제는 내게 당연해진 말을 되뇌었다. 물론 당연하게 알고 있는 말이었지만 따르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하기보다 마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했다. 나는 그 후에 비로소 싶음을 가져 불안해진 마음을 버리고 고요해질 수 있었다. 핸드폰과 컴퓨터에 있던 프로그램을 지우고 쉽게 번 돈을 가족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데 쓰고 집 가까이에 있는 동산에 올라 마음을 비워냈다.
물론 지금도 나는 명에 사로잡혀있다. 이름과 싶음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지금의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명과 욕이라는 거친 파도를 타고 다닐 수 있는 튼튼하면서 유연한 배가 생겼다. 일단은 이 속에서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천일염, 탁주와 같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등산을 하면서 건강한 정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배운 도덕경을 토대로 마음을 더 튼튼히 해서 여기저기 휩쓸리지 않고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가지고 나의 길을 따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서서히 단계를 거쳐 내 길을 걷다보면 이후에 비로소 고요함을 지킴이 돈독해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