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고전읽기 보고서 - ‘도깨비가 신통치 않고 신통치 않은 것도 아니며’
평소와 다름없이 강의를 듣던 어느 날, 교수님께서 60장을 가르치시면서 하신 말씀이 내 마음속에 어떠한 파문을 일으켰다. ‘지도자가 길로서 천하를 다스리면, 이름 따라 생겨난 환상이 사라지니, 도깨비가 조금도 신통치 않고 도깨비가 신통치 않은 것도 아니며, 신령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신령이 해치지 않는 것도 아니다.’ 60장의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내용을 설명하시면서 한국의 입시와 대학교가 이러한 도깨비나 신령과 다를 바 없다고 하셨고, 이 말씀이 내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그것에 대해 돌아보게끔 하였다. 그 기억이란 바로 작년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기억으로, 조금은 씁쓸했던 순간이었다. 60장의 가르침은 강의 첫 시간에 배웠던 1장과 2장의 가르침과 연결되어있는데, 이름의 지배에 의해 사람들의 마음에서 요망한 것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적으로 깨닫는 것이 다른 탓인지, 스스로 그러한 요망한 것에 사로잡혀있었고 그 사로잡힘으로 인하여 괴로워했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였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그러하듯, 나또한 대학교 진학을 당연하게 여겨왔고,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상위권 대학인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는데 성공하였다. 처음 입학을 앞둔 시기에는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학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게도 남들의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는 말과 부러워하는 시선에 조금 우쭐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와서 살아본 대학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고 많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몸에도 맞지 않아 술을 마시지 않는데, 다른 신입생들은 일과가 끝나면 술 마시러 다니기 바빠서 자연스레 친구를 사귀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게다가 대학교에서 배우는 강의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공부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점차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조금씩 느껴지는 외로움과 허무함에 내가 왜 대학을 다니고 있지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은 괴리되어있었고 나는 인생의 목적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저 당장 눈에 보이는 목표(명문대)를 좇고 있었다. 애초에 명문대라는 목표조차 세간의 인식과 대중의 열망에 의해 조작된 이름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그것을 획득했다고 해서 참 기쁨이나 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학벌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명문대라는 이름을 따라 그 요망한 것을 신통하다 여겼으니 괴로움을 느꼈던 게 아닐까 한다. 교수님께서 60장을 가르치시면서 하셨던 이야기들이 이에 대하여 지각할 수 있게 하였고 덕분에 신입생 때 느꼈던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대학은 신통치 않고, 신통치 않은 것도 아니다. 나의 참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거쳐 가는 목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 것이다. 명과 욕을 버리고 도를 따르면 요망한 것들이 다 사라지고 노예가 되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아직 도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잘 와 닿진 않는 존재지만 적어도 명과 욕만은 버리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더욱 경험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면 언젠가 도의 끝자락이라도 잡을 수 있는 그때가 오지 않을까하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