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상학 전공이다. 이번 학기 4년동안 배운 것을 집대성하여 졸업패션쇼를 하였다. 기획팀장이라는 직책도 맡게되어 주된 일인 옷을 제작하는 것 외에 모델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를 조정하는 역할도 했다. 다행히 무사히 모든 쇼가 끝나기는 했지만 나의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도덕경의 13장에서 나오는 말처럼, 총욕이 모두 두려웠다. 잘 알지 못하던 동기들,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기획팀장’이라는 직책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했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도 언제라고 싫어하게 될까봐 늘 마음을 졸였다.
나는 도덕경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욕심과 아집을 떨어내는 것 역시 힘들다고 느꼈다. 나의 몸을 귀히 여기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늘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하루하루 해내기도 버거운 수많은 ‘해야만 하는 일’들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고 욕심을 버리려고 하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더 나은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다. 금상, 은상, 동상으로 나누어 누구는 상을 받고 누구는 상을 받지 못해 슬퍼할 때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우리 사회는 대단한 경쟁사회로, 언제고 누군가에 의해 박탈감을 느낄수 밖에 없다. 세상사람들이 모두가 ‘무위’의 삶을 살지는 않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피폐한 사회에서 나 자신을 살피고 보살펴야지만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최소한 마음의 병을 얻지는 않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울증은 감기처럼 누구나 앓을 수 있고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노자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기면 이러한 우울증도 조금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을 잘 해내면서 누군가 치켜세워도 우쭐해 하지 않고 높이 올라가도 자만하지 않고 바닥을 치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다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자신을 좀 더 견고히 할 수도 있다. 사람은 비워있어야 채울 수 있고, 채워져야 또 비울 수도 있다. 어차피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한다면 여유를 가지고 조급한 마음 없이 가야하는 길을 가는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다. 자신을 쉬게 할 줄 알고, 몰아칠 줄도 아는 사람이 건강하게 장고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