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에서 좋은 통치자는 어떤 통치자인가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 이야기들은 왕, 또는 대통령만을 위한 말들인가?" 이러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노자는 '군주'라고 말했습니다. 이 군주는 비단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더 작은 부분의 군주이기도 할 것입니다. 선생님, 교수님, 동아리 회장, 반장 등등. 그리고 저는 한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부모(父母). 부모는 한 가정의 통치자입니다. 어떤 부모이냐에 따라 가정의 평안과 자식들의 건강이 좌우됩니다. 부모는 가정이라는 나라의 통치자처럼 자식들을 보살펴야 하지요. 이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부모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모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자식이라는 이름의 백성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아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인 안아키를 실천하던 부모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안아키"를 아시나요? 약간의 설명을 위해 기사의 도움을 잠시 빌리겠습니다.
[ '안아키'는 백신 접종과 병원 치료로부터 자녀를 멀리하고 '자연 면역력'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얼굴과 몸에 상처가 났거나 화상을 입은 어린 아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른바 '자연주의 치료'를 주장하는 부모들이 작성한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이 카페의 가입자 수는 5만 5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보다 교양서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참고해 아픈 자녀를 치료한다. 백신을 근본적으로 불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도리어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아이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병원과 제약회사 등이 마치 아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부모의 시각을 바꿨다는 음모론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된 게시글 속에는 신생아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어린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 발진, 화상 자국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아토피는 햇빛을 쬐면 낫는다", "패인 상처에서 진물이 나오지만 자연 치유를 위해 약을 바르지 않았다", "설사를 해서 양잿물을 먹였다"는 글이 함께 적혀 있다. ]
제가 보기에, '안아키'는 신종 사이비 종교입니다. 안아키 카페에서 사람들은 안아키 창시자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습니다. "현대 의학의 음모에 빠지지 않고 꿋꿋하게 자연적인 방식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우리는 깨어 있는 신세대 부모이다"라는 관념을 집단적으로 주입하고 믿고 찬양합니다. '남들과는 다르다, 이것이 진짜 지혜다' 라는 이 의식은 그들의 아이가 고통받는 것을 모른 척하고, 되돌릴 수 없는 흉터가 지는 것을 방치하고, 죽어 가는 자기 자식을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외면하도록 합니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는 것입니다. 안아키를 학습한 부모들이 뻔뻔할 정도로 자기들이 똑똑하다고 확신하는 모습은 소름끼치고 무섭기까지 할 정도로 맹목적입니다. 이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배움을 끊으면 우환이 없다(絶學無憂). 절대 약을 쓰면 안 된다, 약은 독이다. - 안아키의 이런 근거 없는 헛소리들을 믿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망가져 가는 자기 자식의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도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안아키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헛된 관념에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자식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맛있는 걸 먹이고 아픈 것은 제때 돌봐 주었을 것입니다. 부모의 할 일은 자식의 몸을 튼튼하게 해 주는 것인데, 안아키라는 이름의 싶음을 이루려고 애쓰면서 정작 자신이 가정의 통치자로써 해야 할 일을 망쳐 버린 것입니다. 이 '배움'은 곧 부모의 '신념'이자 '싶음'입니다. 말을 많이 하면 자주 궁해진다(多言數窮)고 하지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아이를 실험체 다루듯 마음대로 이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의 하나의 극단적인 예시를 안아키가 보여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이렇듯 아이를 자기 멋대로 다루는 게 아닙니다. 2장에서 말씀하셨듯이, 진정한 베풂은 '함안가짐'입니다. 아무런 이름과 싶음이 개입하지 않은 채 그저 순리를 따르는 것이지요. 아이가 아프면 건강하게 해주기 위해 기꺼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함안가짐'입니다. 오히려 '안아키'를 고집하며 아토피인 아이에게 강한 자외선을 쏘이게 하는 것이 '함가짐'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비워주되 그 배는 채워 주워야 하는데 (虛其心 實其腹) 안아키 부모들은 거꾸로 아이의 마음은 부풀리되 (함가짐을 보여주고 있지요) 배는 굶기고 있습니다(건강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들은 <도덕경>에서 배워 갈 것이 아주 많습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가정의 지도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반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