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학기의 전반기 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도덕경」 81장 이 전부를 알지 못한다. 또한 전부 배웠다 해도 그 깊은 책에 대하여 "도덕경은 이러저러한 내용이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8주의 수업동안에도 주옥같은 얘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 그 중에서 몇몇 부분들이 내게 와 닿았는데,
먼저 첫 번째는 5장이다. “다언삭궁 불여수중” 이라는 내용이다. 말을 많이 하면 자주 궁해니, 텅 빈 한가운데를 고수함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교수님께서 책에 들어주신 부모의 교육과 관련한 예시가 특히나 나는 피부로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학교 근처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나와 중학교 때부터 같이 지내던 친구였다.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났고, 공부도 당연히 잘했다. 그리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반면 나는 그렇지는 못하였다. 그러다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대학입시를 위하여 그 친구가 다니던 학원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나는 영어, 수학에 지친 머리를 좀 식힐 겸 내가 관심 있어 했던 일본어 공부를 위해 교재를 펴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학원에 아들이 자습하고 있는 것을 보러오셨다가 내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꾸중을 하셨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께 전화를 하여 “아이들 공부 그냥 방치하면 안된다, 계속 와서 지켜보고 감시하고 얘기해줘야 공부를 열심히 한다. 영어, 수학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하셨다고 한다. 그러자 나의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잠깐 다른 것도 하면서 주위 환기도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하셨다고 한다. 자식 교육에 있어서 양극에 계시는 분들이셨다. 그렇게 서로 같은 것을 배웠지만, 다른 환경 속에서 나는 점점 그 친구의 성적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능에서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었다. 나는 여기 성균관에 합격했다. 반면 그 친구는 첫 수능에 실패하였다. 이후 재수, 3수, 편입 등을 하다가 15학번으로 H대에 들어갔다. 나와는 6학번이나 차이가 난다.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그 친구는 학업스트레스와 더불어서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청 났을 것이다. 학원뿐만이 아니라 학교까지 찾아오셨으니 말이다. 오히려 어머니의 지나친 잔소리와 터치가 그의 발목을 잡았고, 아직도 가끔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학창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하곤 한다. 그의 어머니께서 잔소리를 조금 줄이시고 자식을 믿고 텅 빈 가운데에 계셨다면(실제로는 안 그러셨으면 이라고 얘기하였지만), 과연 내가 늦깍이 학생이 되었겠는가 하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다음으로 생각이 들게 했던 부분은 지도자 혹은 성인의 행태이다. 특히나 「도덕경」의 많은 장들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담고 있지만, 특히나 맘에 담아 둔 부분이 13장, 7장, 8장이다. 나는 비록 아직 졸업도 못하였고, 합격의 문턱을 밟아보진 못했지만, 공직에 진출하기 위하여 고군분투 중이다. 13장의 내용은 이렇다. “총애와 모욕을 귀히 여기기보다, 내 몸을 귀히 여겨야, 천하를 다 안을 수가 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휴학을 하며 내 모든 시간을 고시공부에 매진하였다. 식사도 제 때 하지 않았고, 고시원-독서실-학원의 동선을 반복하며 살았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났다. 좋은 결과를 내보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걱정거리만 쌓여갔다. 그렇게 살다보니 몸이 약해졌다. “허기심 실기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지 못했다. 하루 종일 책상에 구부려 앉아 있다 보니 디스크마저 생겼다. 얼른 합격하여 모욕을 멀리하고 총애를 얻고자 했거늘, 병만 생겼다. 그러다 지금 마지막 학기에 복학하여 수업을 듣다보니 이 13장은 나에게 하는 꾸지람 같았다. 12년도에 전역을 한 이후로 운동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운동을 하면 공부에 쏟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내 몸이 망가지니 공부도 잘 될 턱이 없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한 달 남짓 운동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5kg의 살이 빠지고 나니,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깨어나는 듯하다. 이렇게 나빴던 몸 상태에서 내가 과연 공직에 들어서고 난들 어떻게 무슨 힘을 가지고 나랏일을 처리할 수 있을 까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잘못된 길로 살았구나 하는 성찰이 되었다. 먼저 내 몸을 아끼고 챙기도록 하여서, 긴 수험 싸움에서 버티도록 힘을 내고 부차적인 것들을 쫓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7장과 8장의 내용이다. 7장 중 “시이성인 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성인은 몸을 뒤로 빼니 저절로 앞에 있고, 다툼의 밖에 몸을 두니 몸이 저절로 보존된다는 부분과 8장의 “최선의 지도자(上善)는 물을 닮아 남들과 다투지 않고, 낮은 곳에 임하고, 남들을 어질게 대하며 일을 잘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작년 2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높은 직위의 공무원이 “대중은 개돼지다, 무시하면 그만이다.”라는 말을 한 것이 새어 나와서 큰 파장이 일었었다. 당시 고시공부를 하고 있던 나도 상당한 불쾌함과 불편함을 느꼈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들인 시간과 비용을 합격 후에 보상받으려 할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이 충분하다. 고시공부를 위한 수험서에는 ‘XX이론, OO법칙, ㅁㅁ법’과 같은 것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음을 갈고 닦을 길이 없다. 하지만 7장과 8장의 내용은 공직자가 성인이나 지도자는 아닐지언정, 국민이 맡긴 국가의 일을 처리해야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될 자세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분명 엘리트주의적인 시각과 정보의 비대칭으로 좋지 않은 마음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합격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미래에 합격할 것이다. 나는 겸양의 자세와 물과 같은 태도를 취하여,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있는 듯 없는 듯하며 공직에 임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