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 '돈 키호테'. 1605년 발매후, 스페인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길가에서 책을 들고 웃고 우는 사람들을 향해 당시 국왕이 말하기를, '저자들은 미친 것이 아니라 돈 키호테를 읽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할 정도 였다. 그렇다면 이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작자는 무엇을 위해 이 '터무니없지만 사람을 휘어 잡는 기사도 소설'의 책을 쓴 것이었고 이토록 인기를 얻을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역사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 당시 자만과 허망에 사로잡힌 스페인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돈 키호테'를 만든 것이다. '무적 함대'라 불리던 스페인이 점차 쇠퇴의 시기에 들면서, 낙후된 스페인의 정권과 실태를 세르반테스가 풍자식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한 결말 부분에서 돈 키호테가 제 정신을 차리고 현명한 판단을 이루어내는 것을 보이면서 당시 정권을 향해 '환상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가르침'을 전하려 한 것 같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사람들의 웃음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때문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에서 꿈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돈 키호테는 무모한 도전을 해나간다. 거대한 풍차를 거인이라고 착각한다던지, 오직 정의와 자유만을 위해 죄인들을 풀어준다던지, 또 우리안 사자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것 같은 터무니없지만 진지한 마음을 가진 '돈 키호테'의 진실함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작가는 '돈 키호테'를 통해 사회비판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사람들에게 널리 재미를 주려고 했다. 초중반부분에서는 솔직히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전개가 되어서 맨처음에는 '이게 명작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자료들도 검색해보고 혼자 책을 다시 돌아보며 정리해보니 줄여서 3가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돈 키호테의 도전 정신'이다. 돈 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빠져 자신이 기사가 되는 망상에 빠지고 모험을 떠난다. 허름한 주막을 성으로 착각하고 그곳에서 말도 안뇌든 기사임명을 받고, 산초 판사라는 약간 멍청한 종자를 데리고 떠난다. 소설이 아니었다면 단순히 미쳤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인데, 소설속으로 한 번 돌아서 생각해보니 현재의 우리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돈 키호테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믿으면서 그만의 도전을 이어가는데, 현재의 우리들은 우리만의 생각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생각을 믿기는 하는 것일까?'. 도전이라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않고 항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을 중세시대의 작가는 그때부터 이를 일깨워주려고 했던 것이다. 더더욱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하지만 항상 이를 쫓아가며 살아가는 돈 키호테를 통해서 말이다. 두 번째는 '산초 판사의 충성과 돈 키호테의 배려'이다. 현재는 중세시대의 무조건적인 주종관계가 없고, 오로지 돈과 상호 이해관계를 통해서만 주종관계가 성립된다. 여기서 돈 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의 주종관계를 넘어서는 충성과 우정이 돋보인다. 둘은 완전히 반대되는 신분, 생김새 그리고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그들만의 불완전함 속 빛나는 배려심이 느껴진다. 특히 산초는 돈 키호테를 기사와 주인, 그 자체로 봐주며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둘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그 당시 신분의 재밋는 이야깃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이발사와 신부는 그와의 의리로 그를 구하고자 한다. 이는 그 당시 중세시대 속 사람들간의 의리와 신분의 힘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또 공작과 공작부인을 통해, 꿈을 쫓는 돈 키호테를 놀리면서도 감명을 받는 모습을 보이며 당시 권력자들에게 재치있게 비판한 것 같다. 마지막은 '세르반테스의 정신'이다. 역사속에서 문학은 꽃이 핀다. 대한민국도 일제강점기 시절 여러 작가들이 당시 한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영감을 주며 독립을 이끌었던 것처럼 세르반테스도 쇠퇴의 길을 걷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각성을 요구한 것이다. 항상 문학은 다른 의미로써 자극제인 것이고, 이런점에서 기사도 소설에 '미쳐버린 돈 키호테'의 도전 정신은 당시의 역사속에서 다시 생각해 볼 만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 책은 사실 슬픈 책이라고.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가 꿈을 잃었을 때, 그들의 상실감과 슬픔의 감정은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감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이 책은 고전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꿈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항상 정의만을 위해 싸운 '돈 키호테'를 이해하며 나또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