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그 말이 너무도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동물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그의 주장과 그에 대한 논증은 매우 정교하며 반박하기 힘들다. 이는 그의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한편 나와 같은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 불편함의 근원은 고기에 있다. 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를 사랑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욱 드물 것이다. 고기는 맛있으니까.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고 도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인간으로서 이 책의 논증을 제대로 읽는다면 나의 육식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머리 속에 있는 도덕적 확신과 실천의 불일치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싱어의 완벽한 논증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싱어는 책 전반에서 동물을 도덕적 고려 대상으로 존중하는 새로운 관점의 안경을 가지고 동물학대의 다양한 면면을 조명한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은 뜬금없는 채식의 옹호 부분이다. 그는 육식의 비도덕성을 주장하며 채식을 할 것을 권유하는데, 권유하는 방법이 좀 아쉽다. 그는 채식을 권유하면서 채식을 하는 것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오히려 어떠한 부분에서는 건장을 증진 시켜줄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이 부분은 이 책의 전체적인 매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일단 채식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지나치게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채식을 시작한다면 건강 상태가 호전되겠지만 스님과 같은 평생 채식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채식이 사람을 만성적 영양결핍 상태로 만들며 마른 비만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싱어는 동물해방에서 채식의 일면적 장점만을 언급하면서 그의 전공분야가 아닌 내용에 대해 지나치게 단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 동물을 도덕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그의 논증은 채식이 건강에 좋든 좋지 않든 강화되지 않는다. 육식이 비도덕적인 이유는 채식의 장점과 하등 상관이 없다. 결과적으로 싱어는 자신의 논증과 무관한 내용이면서 확실하지 않은 편향된 정보를 책에 담아 이 책의 엄밀성을 떨어뜨렸다. 어떻게든 '도덕적인 채식'을 권유하고 싶은 그의 맘은 알겠지만 이런식으로 설득될 사람이면 아마 육식의 무궁무진한 장점을 알게 된 뒤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채식은 싱어의 주장과 달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으며, 바쁜 현대 사회에서 매우 번거롭고 즐겁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나의 어머니는 채식을 시도하셨다가 한달만에 심각한 빈혈이 생겨 중단하셨다.) 진정한 도덕적 행동은 도덕적 행위에 이러한 단점이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위해 그러한 단점들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도덕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육식을 중단할 생각은 없지만 싱어나 벤담같은 공리주의자들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철학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공리주의 하면 트롤리에 있는 네명을 위해 한 명을 무참히 희생시키는 냉정한 사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 수록 그들이 진정한 평등주의자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