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을 읽으며 마치 커다란 지적 네트워크를 선물 받은 것만 같았다. 평소 사회구조와 사람 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동시에 머신 러닝, 코딩 등 디지털 쪽의 지식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종합적인 지식을 전달해준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딱 듣고 난 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몇몇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나머지 매일 접하고 있는 ‘LTE’, ‘3G’ 등, 개인에게 휴대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네트워크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혹은, 아마 무엇의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 총체를 뜻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은 후 더 깊이 생각을 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것들 사이의 연결인지 조차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바라바시는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넓은 범위에서 더 정교하게 설명해낸다. 이 개념이 성장해오던 과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과학자들이 겪었던 고민들을 풀어낸다. 척도 없는 모델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자 중 한 명으로서, 21세기 네트워크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는 역사의 중심에서 네트워크에 관련된 통찰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학‧생물학‧물리학(통계물리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정적인 모델에서 척도 없는 모델, 허브 등 개념을 지속적으로 확장해간다. 우리 주위의 환경이 보이는 먹이 사슬과 같은 자연 원리는 물론이고, 사람을 만나면서 형성되는 커뮤니티, 웹상에서 나타나는 웹 간의 거리와 같이 특정 관계들 사이에서 일련의 공통점을 기술해내는 것(과거의 과학자들)을 넘어 현실에서 나타나는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바라바시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내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들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한 장의 문서로 내가 느낀 바를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애석할 뿐이다. 아쉬운 따름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언급하고 지나가고자 한다. 잠시 책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돌아가 보면, 2016학년 2학기 ‘영어발표’라는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구글의 정보 수집 방법’에 대해 스피치를 했었다. 현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인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디지털 상황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엽적인 자료 탐색뿐이었지만 얼마나 구글이라는 사이트가 많은 다른 사이트들과 링크되어 있는지, 또 이를 연결하기 위해 어떤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알아보면서 느꼈던 수많은 궁금증들을 이 책이 상당 부분 풀어주었다. “어떻게 구글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처럼, 내가 스스로 답할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제시해주었다. ‘링크’는 무작위적 연결이 아닌 체계 위주로, ‘성장’, ‘선호도’, ‘적합성’에 따라 연결고리가 형성된다고 밝힌다. 기계들로 구성된 디지털 사회에서 역시 이 법칙이 적용된다. 이를 구글에 적용해보면 구글은 검색엔진 시장에서 늦게 나타났지만 뛰어난 적합성으로 빠르게 시장에 적응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런 작가의 통찰력으로 하여금, 나는 오히려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
구글을 제외하고도 날 놀라게 한 부분들은 많았다. 사회 내에서 사람들을 연결할 때 필요한 연결고리의 개수가 6개라는 점, 또 생물체에서 보이던 양상이 디지털 문명에서도 발견될 수 있었다는 것. 심지어는 그 실마리가 양자역학에서 발견되었다는 것과 같이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내용들이 정말 넘쳐났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많은 지적 쇼크를 주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던 나에게 이를 사회학적으로, 또 동시에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그 메커니즘을 보여주었다. 베이컨 지수가 신기해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외국 배우인 콜린 퍼스와 한국 배우인 공유가 세 다리만 거치면 알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책,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런 지식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링크’가 제시하는 순서나 구성이 더욱 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 주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탐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개인이 모여 클러스터를 구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구성요소들 간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요소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연결이 많이 되어 있어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노드가 생기기 마련이다.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은 아마도 오래토록 내 지적 노드의 한 허브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2001년 저술된 책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이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더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바라바시의 2010년 작인 <버스트>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