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1993년 초판 발행 이후 2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케팅 서적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서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학의 절대불변의 물리법칙처럼 마케팅 분야에서도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법칙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마케팅 전략은 시대, 지역 등 매우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수많은 형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가능성들을 포괄하는 불변의 법칙들이 존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또한, 마케팅 과목을 다른 경영 분야와 달리 이론체계가 별로 없는 학문 분야로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케팅 분야에도 여러 유의미한 법칙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법칙들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책의 전체적 구성을 살펴보면, 총 22가지의 마케팅 법칙들이 각 챕터별로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여러 법칙들이 독립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 강렬하게 떠오른 메시지는 바로 ‘마케팅은 제품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다.’라는 말이었다. 작가가 책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 메시지야말로 22가지 법칙들을 관통하는 마케팅의 핵심인 것 같다. 즉, 좋은 제품의 품질 등에 대한 객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기억 및 마음속에 존재하는 인식을 종종 진실로 믿을 뿐이고, 마케팅은 이런 인식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이 돼야한다.
이 핵심 메시지를 기본 바탕으로, 내게 특별히 인상 깊었던 세부 내용들을 정리해보겠다.
첫째, 특정 시장 영역의 1, 2위를 달리고 있는 소위 리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최초’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놓아야 한다. ‘리더십의 법칙’에 따르면, 기업이 새로운 시장 분야를 개척하여 최초가 되는 것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때 최초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들어가 해당 제품을 대표하는 일종의 보통명사가 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앞서 소개한 마케팅의 핵심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와 밀접히 연관된다.
실제로 내 주변을 봐도 ‘최초’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정 영역을 생각하면 먼저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것들이 대개 ‘최초’와 관련된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람 등등 언론 및 사람들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성공한 사례들에 큰 의미를 둔다.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리더 브랜드가 아직 없는 새로운 시장 영역에서 기업들은 품질 향상보다는 우선적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에 힘을 써 최초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둘째, 마케팅을 할 때는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집중의 법칙’에 따르면, 성공한 기업들은 하나의 단어를 심고 그 단어를 소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미노피자는 ‘가정배달’이라는 단어를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단순한 하나의 개념에 초점을 모으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더 나아가, ‘독점의 법칙’에 의하면 어느 기업이 소유한 단어를 다른 기업들이 소유할 수 없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제품들을 특정 개념들과 많이 연결 지어 연상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고, 이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바로 성공적인 마케팅의 결과인 것 같다. 이를 테면, 나는 ‘카스’ 맥주를 생각하면 먼저 TV 광고에서 나오던 멘트 “젊음을 즐겨라, 카스!”가 나도 모르게 떠오르면서 ‘카스’를 ‘젊음’과 연결시킨다. 또 최근에는 성균관대학교를 포함하여 몇몇 대학교들 축제 기간 때 이 기업은 ‘카스 청춘 응원 콘서트’를 열어 음악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실제로 신문기사에 따르면, 기업 관계자는 “청춘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마련해 카스의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는 ‘젊음’이라는 단어를 소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셋째, 3, 4위 이하의 기업들은 리더 기업들과 비슷해지려고 하기 보다는 리더 기업의 대안이 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왜냐하면 어느 시장이든 결국 1, 2위 기업만 생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개발되는 초기에는 3, 4위 자리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고객들은 아직 어떤 브랜드가 리더 브랜드인지 꿰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상품에 눈길을 준다. 하지만 ‘이원성의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은 리더 브랜드가 아무래도 더 나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리더 브랜드들을 원하기 시작한다. 나도 이 법칙에 공감이 많이 된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사는 경우에는 나는 주로 인기 순으로 제품이 나열된 리스트를 활용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1, 2위를 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끄는 제품보다는 리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의 리더 기업의 제품에 대한 기대와 인식이 결국 리더 기업들만 생존하게 되는 상황을 유발한다.
결국 이렇게 1, 2위만 남기 때문에 3, 4위 이하의 기업들은 자신을 리더의 대안으로 제시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반대의 법칙’이다. 즉, 리더 기업들과 비슷해지거나 이들보다 더 좋아지려고 하기 보다는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이 내용에서 감동을 받은 포인트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인정하고 일찌감치 기존 리더들을 능가하려는 목표를 접고 아예 새로운 길을 모색하라는 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가 그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고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지혜로운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책을 통틀어서 최초가 되는 것과 초점을 맞추는 것, 그리고 리더 기업들과의 차별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 모든 내용들과 법칙을 아우르는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면 마케팅에 크게 힘을 쏟지 않아도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많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합리성, 실용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이기에 제품들의 기능과 품질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의 주장대로 정말 세상에는 객관적 진실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품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많은 정보와 제품들이 넘쳐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지는 시대에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한 광고와 홍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