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살아가면서 참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정말 뿌듯하게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바쁘기만 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시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어릴 적 앞부분만 읽다 포기한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 ‘모모’에서의 이야기는 크게 자신들이 존재하기 위해 시간을 빼앗아야 하는 ‘회색 신사들’과 주변 사람들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어린 소녀 ‘모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모와 회색 신사들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모는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사는 시간이 많은 소녀이다. 이 소녀는 사람들의 모든 사소한 일화 하나하나도 진심으로 들어주어 주변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아무튼 노모에게 가보게!’라고 할 정도로 그녀를 의지하고 좋아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게 대단한 능력인지 몰랐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의 모든 예기,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말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을 항상 인정해 준다고 생각이 들것 같다. 그리고 시간 도둑들이라고도 알려진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의 부와 성공을 미끼로 사람들을 바쁘게 하고 여유 시간을 빼앗는다. 이 회색 신사들의 네트워크는 굉장히 넓고 촘촘하여 회색 신사들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은 주변 사람을 이용하여 결국 굴복시킨다. 이게 동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회색 신사들이 나온 후부터는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읽게 됐던 것 같다.
모모와 회색 신사에 대한 설명만 들어봐도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시간’이라는 것을 살짝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명상을 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들은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의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있다고 느꼈다. 요즘 사람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항상 누군가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항상 상상하는 시간은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고 무언가 남들이 세운 성공의 지표에서 멀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 가장 와다 왔던 장면은 반 시간 앞의 확정된 미래를 보는 ‘카시오페이아’라는 거북이와 모가 회색 신사들의 추격을 피해 걷는 모습이다. 모는 그 천천히 걷는 거북이를 따라가는데 결국은 빠르게 움직이는 회색 신사들을 재치고 시간의 근원지에 가는 것을 보며 ‘느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들만 하는 것, 남들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들은 회색 신사들이 우리에게 했듯이 우리의 자유를 우리 스스로 빼앗는 건 아닐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어쩌면 이렇게 바쁘기만 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유가 성공을 바라는 바쁜 삶의 새로운 길이 아닐까. 이후 카시오페이아의 “느린 게 더 빠른 거야.”라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 이러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작가 의도한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고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나는 시간을 쓸 때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 나와 같이 지금 남들에게 뒤처져있다고 여겨지거나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천천히 가도 괜찮아’ 라는 위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