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읽고 난 뒤의 당신은 그 이전의 당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 문구는 우리 학교 도서관 서가 벽면에 쓰여 있는 인용구이다. 나는 서가에 오고 갈 때마다 이 문구를 보고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기에 저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올 가을 어느 한 권의 책이 이 지나치듯 만났던 인용구를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게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책은 바로 ‘미움 받을 용기’라는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책이다. 평소 자기계발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또 그저 그런 책들 중 하나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표지가 예뻐 한 번 들여 나 보자하고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당장 오늘이라도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철학자와 그를 납득할 수 없었던 한 청년의 대화와 논쟁으로 이루어진다. 단순 서술이 아닌 대화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있어 이 책은 더 나의 흥미를 끌었다.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서점 구석에 앉은 채로 쉬지 않고 책을 읽다가 서점 영업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책을 두고 나와야 했지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바로 계산대로가 이 책을 구매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이 철학자는 청년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청년은 그 방식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마다 철학자에게 반박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마치 그 청년이 된 것처럼 공감하며 책을 읽어갔다. 철학자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나는 청년과 함께 그에게 논쟁을 걸었고 이에 철학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해주었다. 이 과정의 반복으로 결국 청년과 나는 철학자를 만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서가 벽면에서 마주한 그 문구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철학자가 제시하는 우리네 삶의 행복을 위한 세 가지 비밀은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 이다. 먼저 자기수용이란 자기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나의 특성들을 장점으로 볼 것이냐, 단점으로 볼 것이냐는 주관에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치의 전환을 통해 나 자신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다음으로 타자신뢰란 다른 사람들을 친구로 여기는 것이다. 어떤 조건을 달아 신용을 주는 것과는 다르게 조건 없이 주는 믿음을 신뢰라 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친구로 여겼을 때 그들과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타인과의 과제 분리를 통해 책의 제목처럼 미움 받을 용기를 얻게 되는데, 우리는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없으며 그것은 타인의 과제이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수용과 타자신뢰를 통해 스스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타인과 친구가 되면 우리는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마음, 즉 타자공헌으로 그 공동체에 소속감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 소속감으로 우리는 아들러 심리학의 궁극적 키워드인 공동체 감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 세 가지 개념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고리와 같다. 청년은 이에 대해 너무 이상을 좇는 것이 아니냐며 철학자에게 반문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전까지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었고, 실천하기 너무 어려워 보였다. 또한 나 혼자 실천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막막했다. 하지만 아들러는 이런 생각에 대해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타인이 이에 협력하든 그렇지 않든.”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말을 잇지 못했던 청년과 함께 나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다소 냉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켜켜이 묵혀두었던 옹졸한 마음들, 감정들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책장을 넘기며 정곡을 찔린 것같이 속상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결국 아들러의 심리학대로 생각한다면 정말로 나 자신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모든 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얻게 되었다. 감정을 다스리기보다 쏟아내는 데 익숙해 나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앞으로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행복한 인생을 여는 비밀 열쇠를 선물했다. 새롭게 알게 된 세상을 보는 방식들을 거듭 기억하고 실천하며 자연스러운, 나다운, 행복한 나의 삶을 만들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