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2013 문세정
변신은 단편 소설이라 80장 정도밖에 안 되는 분량이지만 처음 부분부터 자세한 묘사로 시작되어 계속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이 유명한 고전이라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두 세번 읽기를 시도했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서 몇 장 못 읽고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과제도서로 선정되어서 비로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좀 더 끈기를 갖고 좀 더 일찍 읽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번 수업을 계기로 읽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변신의 줄거리는 아주 짧게 얘기 할 수 있다. 워낙 분량이 안 되기도 하지만 내용의 많은 부분이 세밀한 묘사이기 때문에 내용이라 할 것이 많지가 않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레고르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17살 여동생이 있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가장 역활을 했으며 자신이 가정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였다. 가족들은 이제 짐만 되는 그레고르에게 등을 돌리며 결국에는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 전에는 하지 않던 경제적인 활동들을 찾아서 하였다.
변신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이 모두 자신의 일을 시작했을 때 였다. 그레고르가 혼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버지가 진 빚을 값아 가고 있을때는 모두 다 그레고르만 바라보며 누구도 정말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레고르도 그렇게 생각했고. 몸이 너무 안 좋으신 어머니, 나이가 드신 아버지 그리고 아직 17살밖에 되지 않은 여동생을 떠올리며 그레고르는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레고르가 벌레에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걸 보면서 가족에게든 다른 사람들에게든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할 수 있음에도 굳이 찾아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이더라고 필요성을 느끼면 하게되어있다. 예를 들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공부하는 과목 중에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통틀어서 싫어하는 것 순위 안에 든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졌을 때는 가장 열심히 했다. 지금은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가 되면 다시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레고르는 너무 착한나머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떠맡았는데 그게 잘못이었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당장 일을 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으며 가족들이 서로 짐을 나눌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또한 가족들은 고생을 안 하고 집에서만 편하게 있으니 그것에 대해 익숙해지며 그로 인해서 그레고르에게 기대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 가족들이 직업이 아니더라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면 항상 돈을 번다는 것의 힘듦을 느끼기 때문에 그레고르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을 것이며,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직접 죽음으로 몰아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든 하기 때문에 모든 걸 해줄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오히려 사람을 나태하고 의존적이며 염치없게 만들었다.
또한 삶에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어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 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긴다.
-대기업을 지원해주는 문제에 관하여
이 책을 읽고 다른 주제의 모임에서 얘기 하던 중에 문득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는 항상 대‘대기업이 망하면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대기업이 어려울 때는 국가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지금 경제상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대기업만은 살리려고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을 살림으로 인해서 죽어나가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위한 법적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대기업은 괜찮은 중소기업 뺏어 오기에 한창이다.
나는 여기서 대기업을 그레고르라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희생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며 불평하나 없이, 오히려 뿌듯하게 여기는 모습이 아니라 모두가 ‘그레고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모습이 ‘우리가 대기업을 생각하는 모습’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대기업이 무너지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레고르의 가족들이 일을 안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짓눌려 죽어가며 일을 못하고 있다. 그레고르와 대기업, 가족들과 중소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는 반대이지만 ‘ 믿음과 기대로 인해서 다른 곳에서 일을 안 하는 것 혹은 못 하게된 것’ 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일본, 미국에 비하여 중소기업이 탄탄하지 못하며 대기업이 모든 것을 장악한 이상한 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국가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여 위험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말 뿐이었다. 나는 국가적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리고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적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이 잘 되는 것만이 우리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대기업은 살리고 봐야한다는 마인드를 없애는 것.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 경제적인 능력을 잃었을 때, 가족과 그레고르 모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는가? 가족들이 일을 하는 것이 예상만큼 무리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긍정적인 미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숨 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나라가 대기업이 무너지더라도 생각보다 잘 버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는 삶 속에서도 많이 있을 것이다. 큰 아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어머니라든지, 고등학교에서 심화반을 만들어서 그 반에만 전격지원을 해주는 사례 등이 있다.
만약 우리가 한곳에만 집중해서 기대하고 지원을 해주지 않고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나 많은 것들의 의미나 가치를 더 많이 발견하여 사회적으로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레고르가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온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레고르가 힘들게 돈을 벌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 돈으로 가족들이 고생을 안 하고 지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생이 마음속으로만 원하던 것을 해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레고르 자신에게 해 준 것은 없었다.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살았어도 그레고르가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 그는 바로 가족의 외면을 받았다. 그레고르는 가족들도 물론 중요하게 생각 하는게 맞지만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며 자기에게도 상을 주어야 했다. 그레고르를 보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부모님들은 항상 밖에서 고민을 하면서 힘들게 일하시지만 한 푼 이라도 더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데 쓰려고 하신다. 정작 자신이 먹고 입고 쓰는 것은 하지 않으시면서. 이러한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진다. 부모님께서 자식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그러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자기 자신의 인생도 한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가족과 자식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인생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행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레고르가 동생을 원하는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보다 자신의 안에서 행복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레고르가 누구의 자식, 누구의 오빠가 아니라 그레고르 자신으로써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을 때 어머니의 반응의 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어머니는 그레고르를 보고 싶어 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특별한 존재이며 어머니에게 자식역시 특별한 존재이다. 같은 가족이라도 어머니는 자기 배 아파 나아서 젖을 먹여서 자식을 길렀기 때문에 모정은 특별한 것이고, 처음에 어머니가 벌레가 되었다는 그레고르를 보고 싶어 했을 때 매우 당연하다고, 역시 어머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벌레가 된 모습을 보고 무서워했다. 처음에 무서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자기 자식을 잊어가며 자식을 죽였을 때조차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라면, 아니 내가 그레고르의 어머니였다면 걱정으로 밤을 지새 면서, 지금까지 나와 우리 가족을 지켜왔던 그레고르를 잘 돌봐주었을 것 같다. 모정이 이렇게 쉽게 식을 수 있는 것일까? 불효자식의 부모님도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어쩔 수 가 없는데 어머니도 썩 좋은 분은 아니신 것 같다.
내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아니 내가 짐이 된다면 어떨까? 그레고르는 하루아침에 꼭 필요한 사람에서 단순히 필요 없는 존재일 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짐 덩이가 되었다. 짐이 된다면 아무리 가족들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효자라도 부모님 치매에는 장사 없다고 한다는 말들, 부모님의 병수발에 자살을 택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레고르에게 닥친 상황도 이러한 것의 일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아파서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고 짐이 되었다는 생각에 너무 견디기가 힘들 것 같고 변해가는 가족들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피폐해 질 것 같다.
이러한 것은 매우 당연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는데 자신의 존재의미가 없어지면 삶의 원동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항상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필요없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해볼수록 너무 끔찍해서 겪고 싶지 않다.
나는 절대 그러한 상황을 격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가 그레고르가 된다면 그레고르와 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으니.
하지만 나의 부모님이나 나의 자식이 혹시 그레고르와 같은 상황으로 변한다면 절대 그레고르의 가족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모습을 해도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며 내 곁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고맙다고 말해 줄 것이다. 그냥 그 자체로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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