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혼자 외판원으로 일해 가족들 모두를 먹여 살리는 인물임을 보았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오며 산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니저가 자신의 집을 찾아와서 꾸짖으니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상태에서 겨우겨우 문고리를 여는 장면은 자신의 가족들을 정말로 아끼며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정작 잠자는 문고리를 연 후 역겨워 하는 시선을 받았다. 잠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들은 그대로 이지만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나는 너무나도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과 그 이후의 가족들이 잠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따라 그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며 다른 사람은 나를 사회적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잠자는 어느 날 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매료되어 방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음악이 그를 이토록 사로잡는데 그가 한 마리 동물이란 말인가.’ 라는 대목에서 사람은 단지 사회적 존재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나를 사회적인 존재로 인식하지만 나에게는 사회적인 존재로써의 자신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회적으로 변해가려고 애쓰는 것 같다. 자신 스스로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훨씬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내몰고 있는 것인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특히나 인간다움을 중시하는 독일의 문화가 우리가 닮아야 하는 좋은 점임을 알 수 있었다. 소설속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교통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되는 등의 자신의 존재를 바꾸어 버리는 사건에 마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잠자는 자신의 존재가 바뀌었을 때 가족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순응하고 별 다른 시도를 하지 않다가 결국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박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변신하고 난 후의 잠자의 삶은 타인에 의해 결정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단지 타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삶은 너무나도 허무하지 않은가. 이 때에 자기 자신의 삶의 일정부분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자세를 길렀으면 한다. 소설 속의 경우에는 특별하게 거의 모든 것이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만약 가족들이 잠자를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었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너무 자신의 감정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고 타인을 도와주는 것이 우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은가. 우리의 사회는 소설속의 모습이 아닌 이러한 모습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존재는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가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서로서로 의지할 때에 완전해진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