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스스로가 징그러운 해충으로 변해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 카프카의 <변신>은 이러한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 문제에 대해 탐구한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4인 가족의 생계를 혼자서 책임지던 외판사원이다. 어느날 그는 꿈에서 깨어난 직후 자신이 벌레로 변해 있음을 깨닫는다. 징그럽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경제력을 잃은 그레고르에게 가족들은 하나둘 등을 돌리고, 그레고르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 ‘변신’과 자본주의 사회
<변신>을 통해 가장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돈의 문제이다. 유일하게 직업이 있었으며, 집의 가장 노릇을 하던 그레고르는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쓸모 없는 사람(해충) 취급을 받는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후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는 벌레로 변한 상태에서도 열차 출발 시간을 계산한다. 그레고르네 가족들이 그레고르의 기상천외한 변신을 알게 되는 것도 그에게 회사에 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면서부터이다.
작중에서 그레고르가 해충으로 변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레고르의 변신이 그가 경제력을 잃은 것에 대한 비유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가족들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에게 무관심해지는 것은 그레고르를 도구로써 인식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경우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하지 않았더라도, 그러니까 병에 걸리거나 경제활동을 그만둔 경우에도 결국 가족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였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레고르가 정말 해충으로 변하였거나, 그것이 하나의 비유였거나 어느 쪽이든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경제력을 잃자 가족들에게 무가치한 모습으로 여겨지는 그레고르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 속 하나의 도구처럼 여겨지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 ‘변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렇다면 소설의 제목인 ‘변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그레고르의 벌레로의 변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나, 자세히 읽어 보면 변신한 것은 그레고르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레고르는 변신하기 이전이나 이후나 가족들을 걱정하는 장남 노릇을 했다. 그렇게 본다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변신’한 인물들은 그레고르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일 것이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기 이전에 경제력이 전혀 없었던 그들은 새로운 직업을 얻고, 그레고르의 죽음 이후 이사를 가는 장면에서는 심지어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마저 전망한다. 그의 죽음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그들의 모습은 냉혹하기까지 하다.
혹자는 <변신>이 카프카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그레고르와 아버지의 갈등은 카프카와 아버지의 불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에게 폭력을 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인물인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있어 자신에게 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였던 헤르만 카프카의 존재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듯하다. 이는 그의 다른 소설 ‘소송’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티프이다.
- <변신>에서 읽어내는 현대 사회의 모습
‘ㅇㅇ충’ 등의 단어가 범람하는 현대를 누군가는 벌레들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왜 서로를, 스스로를 벌레라고 부르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우리는 벌레가 되는 것일까? <변신> 속 세계와 현대 사회는 인간이 수단으로 치환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따라서 <변신>을 읽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레고르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 책 속의 문장: "그리하여 그들의 목적지에 이르러 딸이 제일 먼저 일어서며 그녀의 젊은 몸을 쭉 뻗었을 때 그들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의 확증처럼 비쳤다."(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