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을 졸업한 후에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을 하곤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돈을 버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해 내가 할 일들의 가치를 생각하곤 하는데, 그 와중에 예전에 읽었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이 돈을 버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주인공인 그레고르가 무능한 가족들의 가장노릇을 하고 있다는 설정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속마음과 상황들이 여실히, 어쩌면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다시 책을 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판매원으로서 일하는 그레고르는 여느날과 같이 출근을 위해 새벽 일찍 잠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그 날 아침따라 몸상태가 이상함을 느낀 그레고르는 자신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다 자신이 갑충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잠이 덜 깨서 조금 있으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그렇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그레고르는 여전히 회사에서 해고당할 걱정이 가장 앞선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레고르는 집안의 큰 짐이 되어버린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그레고르를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특히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꽂혀 죽게 되는 것을 통해, 그레고르가 ‘가족’에서 ‘벌레’로 추락했음을 보여준다. 청소부의 태도나 그레고르의 시체를 내다버리는 장면, 마지막에 그레고르가 죽자 큰 문제가 사라져 개운한 느낌을 느끼고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은 그레고르의 비참함을 부각시켜주기도 했다.
대부분이 그러했겠지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사람이 벌레로 변해가는 요소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져 책을 읽게 되었다. 벌레로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사람의 신체적, 심리적 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주변에서의 반응이 매우 재미있게 풀어져 있어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하나의 판타지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에서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우화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런 고발적 요소보다는 거의 ‘흥미로운 설정’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물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신선함이 덜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는 ‘가장이란 무엇인지,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 내가 살면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면서 관심을 두는 초점이 달라졌던 것 같다. 당연히 그에 따라 책을 단순 재미요소보다는 좀 더 무겁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 가장이었던 그레고르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가 가족들이 일자리를 갖기 시작하면서 ‘쓸모없는, 심지어는 해로운 존재’로 추락하게 된다. 마치 원래부터 그레고르가 그들에게 돈 벌어다주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하는 듯하다. 그것이 당대의 시대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인지 과장이 섞여있는 것 인지와는 별개로 현재에는 어떤지, 혹은 과거로부터 의식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고민해볼만 하다. 그렇다면 일이라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일은 돈을 버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혹은 돈을 못 벌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다행이 예전보다는 누구나 생각하는 이상적인 답을 고르는 데에 좀 더 쉬워졌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 없이 이상적인 가치를 선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멀어보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