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작가인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문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었을 때도 다른 문학작품들과 다른 것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형식이나 파격적인 전개, 상징물에서 드러났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집안의 생계를 담당하는 영업사원으로, 5년 간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이 없는 성실한 청년이다. 소설은 이 청년이 잠에서 깼을 때, 갑자기 자신이 벌레로 변했음을 깨닫는다. 그 일로 고작 몇 시간을 지각했을 뿐인데 회사에서는 지배인이 파견되고 어쩔 수 없이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과 지배인에게 보이게 된다. 이후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냉랭한 태도와 자신의 변화한 모습에 심적으로 방황하며 자신의 방 안에서밖에 살 수 없게 된다. 그레고르가 일을 하던 5년 간 일을 한 적 없이 무기력하게 누워지내던 아버지는 집에 돈을 벌 사람이 없게 되자 무기력한 모습을 떨치고 한 은행의 사환으로 취직한다. 이후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진 그레고르네 집은 하숙인을 받게 되고, 어느 날 동생 그레테의 연주가 거실에서 열리자 그레고르는 그 소리를 듣고자 거실로 나오게 된다. 그레고르를 발견한 하숙인들은 하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후 아버지는 화가 나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그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던 어느 날, 그레고르는 상처가 덧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다 그대로 죽음을 맞는다. 가족은 시련이 끝났음에 서로 감사하고, 함께 오랜만에 교외로 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이 책은 읽었을 때 여러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느껴졌는데, 첫째로 기승전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맨 처음 변신 부분과 결말 부분이 두드러졌지만, 그 전개에 있어 승전결의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 덤덤한 구조였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여러 상징물을 토대로 인간 존재의 의미나 사회의 부조리를 해쳐보려는 것에 있다. 주인공이 실제로 여러 사람들이 혐오하는 (책의 삽화에 따르면 바퀴벌레와 흡사한) 벌레로 변신한다는 도입부부터, 그 변신으로 인한 주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슬픔-공포-외면의 감정을 잘 드러내어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 소외 현상을 비유적으로 잘 나타내었다. 특히 마지막에 그레고르가 죽음으로써 가족들이 드디서 '시련을 이겨냈다'고 표현한 부분이나 오랜만에 교외로 외출을 나가며 그레테의 희망찬 내일을 그리는 장면은 그 장면 자체의 밝음이 오히려 그레고르의 죽음을 더욱 강조하여 역설적인 어두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설 전체의 분위기이다. 보통 이런 소재로 책을 전개하게 되면, 주인공이 '변신'을 겪게 된 (보통은 당위적인) 이유가 도입 부분이나 사건 해결 부분에서 제시될 뿐만 아니라, 대체로는 그 기간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았을 때, 나에게 있어서 '변신'이라는 소재는 대개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이 거미에게 잘못 쏘여서 거미인간으로 변신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구하는 등의 소재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시작부터 사람들이 대체로 꺼려하는 소재로, 아무 이유와 정해진 기간이 없이 비교적 작은 범위인 집 안의 상황과 그레고르의 내적인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를 통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소외 상황이나 인간의 실존주의적인 허무감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의 소설은 아마도 카프카 자신의 인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는 실제로 생전에는 낮에는 보험회사에서 공문을 쓰는 사원으로 일하다 밤에 글을 쓰곤 했다고 한다. '변신'을 시작으로, 카프카의 다른 실존주의 작품을 더 접해보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철학적인 사고를 넓힐 기회를 또 가지는 것을 신년 목표로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