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살아가고 있는 지로 반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레고르 역시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직장에서 일 잘하는 사원으로서 살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벌레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누군인지 다른 사람에게 증명해야 할 일도, 그것을 믿어 주기를 바라는 일도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요구되는 일들을 묵묵히 해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바퀴벌레로 변신한 이후 가족들과 동료들은 그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심지어 얼른 그가 사라져 주기를 바랐다. 바퀴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그에게 요구되던 역할과 책임에서는 벗어났으나, 그에게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던 사람들은 그를 쓸모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그의 존재를 지우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아침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모순은 충격적인 변신을 겪은 그레고르뿐만 아니라 누구든, 이
책을 읽은 당신이나 읽지 않은 당신 옆의 그나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이미 겪고 있는 일임을 시사한다. 나 역시 나의 아침이 안녕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며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돌아보며 언젠가 안녕할 나의 아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