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다면
소설은 그레고르 잠자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벌레로 변신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었기에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으며 직장에도 못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레고르와 같이 살던 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처음에는 그레고르와 벌레를 동일시했지만 이내 벌레는 그레고르가 아니라며 부정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레고르는 아버지에 의해 사과를 등에 맞고, 음식을 먹지 않아 결국 죽습니다. 가족은 벌레의 죽음을 기쁘게 여기며 집을 떠나는 장면으로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변신>을 읽으니 제 주변의 한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5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그의 직업은 화력발전소 기술자이며, 그는 우리나라와 해외를 돌아다니며 화력발전소를 점검하는 일을 합니다. 마치 그레고르가 외판원이라 매 순간 여행해야 하듯이 그의 삶도 비슷합니다.
어느 날 그는 그의 어머니 집 화장실에서 쓰려졌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토를 하며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은 것입니다. 의식을 잃은 그를 발견한 그의 어머니는 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 의사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습니다. 뇌출혈이라 생사를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큰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생사가 걸린 큰 수술 끝에 다행히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사고 전 그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는 바보 혹은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의사는 아이큐가 감퇴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직후에 자신의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했던 그의 형제, 자매는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그를 같은 형제, 자매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를 돌봐야 하는 아이로 여기면서 이제는 슬퍼하지 않고 하나의 짐이라 여깁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직까지도 그의 사고와 현재 모습에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사고가 있은 후 몇 년 동안 폭삭 늙으셨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바보가 되어버렸다며 한탄하십니다. 사고 때 그 누구보다 많이 울었을 그의 아내도 그를 이전의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하자 그레고르의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지게 된 것처럼 이제는 그의 아내가 직장을 구해 일을 합니다. 아내에게 그는 짐입니다. 그는 바보가 되었기에 직장에도 나갈 수 없으며 돈을 벌지 못합니다. 그는 사고 이전보다 먹는 양도 늘어났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의 아내는 그를 자꾸 그의 어머니 집에 보내려고 합니다. 사실 그도 이제 그의 아내와 함께 사는 집보다 어머니 집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의 형제는 그가 자꾸 그의 어머니 집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번은 그의 형제와 그의 아내가 말다툼을 하며 서로 얼굴을 붉힌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정말 그는 바보일까요? 혹시 그레고르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혼자 상처받지는 않을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그를 보면 인간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물론 가족이니까 그 정도라도 슬퍼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을 때 그의 가족이 보인 모습은 <변신> 속 그레고르의 가족이 보인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이 그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무엇이 그레고르를 대하는 그레고르 가족의 태도 변화를 만든 것일까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피하려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주의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잃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그와 그레고르가 처한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제가 언젠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저부터라도 가져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제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