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권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이다. 현재 오거서 리뷰를 올린 작품 중 문학이 얼마 되지 않는 듯 해서, 고전 작품들 중에서 문학을 골라보았다. 알아본 결과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읽을 때 입문서 느낌으로 분류되는 듯 한데, 아마 내용이 짧으면서도 그의 문학적 특색이 잘 드러나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사실 문학에 큰 흥미가 없어서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변신" 속의 중심 사건은 문학을 잘 몰라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중심사건을 명확히 드러내는 책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갑충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자신이 이야기 하는 것은 한 마리의 '동물이 내는 소리'로 들리게 된다. 이 '변신'의 이유는 작 중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변신을 했다고 가정하고 출발하는데, 나는 이러한 설정을 아주 좋아한다. 비슷한 것으로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있는데, 이 영화는 지구가 청각이 매우 발달한 외계인에게 지배당한 사건을 그린다. 그러나 '왜 지배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이 주어졌을 때 주인공 및 주변인물들의 대응이 어떠한지 그리는 것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야기가 지저분 해지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러한 '변신'의 결과 하에 그레고르는 크게 세 가지 사건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비참하게 깜깜한 방에서 홀로 죽는다. 첫 번째는 그의 흉측한 모습을 가족과 회사 지배인이 보게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방 안의 짐을 옮기려는 가족들을 상대로 저항하던 그는 아버지에게 사과 폭탄을 맞아 추후 죽음의 원인이 되는 큰 상처를 입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하숙집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들켜 결국 가족에게 버림받는 사건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사건들은 전지적으로 그의 생각, 그리고 가족들의 생각, 행동들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그레고르 가족은 그를 제외하고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로서, 그레고르에게 재정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정 하에서 그레고르가 재정 능력을 상실하면서 야기되는 집안의 몰락은 가족들이 그레고르를 보는 시선마저 달라지게 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사고 하에서는 돈을 벌어오던 사람이 아파서 이후로 돈을 벌어오지 못하게 되면, 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긴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황이 그렇게 되면 마음속에서는 원망이 먼저 끓어오른다. 유학에서는 무항산 무항심이라고 했다. 이러한 감정이 위 세 가지 사건을 지나며 점차 그레고르 가족에게 생겨나고, 결국 그레고르는 버림받아 홀로 죽은 후 가족도 아닌 파출부에게 '처리'당하게 된다.
책을 읽은 후 역자 후기를 보니,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세계는 비현실적 사건을 바탕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그리는 패러독스적인 구조를 가진다...'와 같은 말이 쓰여있었다. 어려운 말이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 했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하루 아침에 벌레가 된다는 비현실적 사건에서 가족들의 마음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적 상황을 그리는 모순이 그의 작품이 특징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실존주의니 현대인의 자본주의 체제 하의 기계화니 하는 복잡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문학을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게는 그냥 그의 비극적인 사건 하에서 어떻게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느껴진다. 내가 느끼는 대로 이해하는 것이 진짜 문학을 이해하는 법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