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받은 여성들이
점점 자신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기업은 ‘페미니즘’을 이용하여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광고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주체적인 여성’은 ‘담배’도 자유롭게 필 수 있고 (담배로 인한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크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술자리에서는 죽기 전까지 술을 들이킬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세며’ (다음 날 하루 종일 토하고 아무 것도 못 먹는 다는
사실은 감춘다), 그가 마약에 손을 뻗는 모습은 심지어 ‘치명적’이고 그것은 그의 ‘주체적인 선택’이다 (사실, 마약 중독은 절망감과 수치심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광고들은 언뜻 보면 담배, 술, 마약이 여성들을 더욱 강하고 멋진 여성으로 보이게 해줄 것만 같다. 이전에는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담배, 술, 마약의 광고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주체적인 여성’을 대상으로 광고의 범위가 넓어졌고
그 결과 여성들의 흡연, 음주, 마약 현상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주로 그들은 더 세보이고, 당당한 여성이 된 기분을
누리기 위해 흡연, 음주 또는 마약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어떤 여성들은 그러한 행동들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고민을 없애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자신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고민을 해결하고 기분이 나아지게
해주는 것이 사실은 중독을 유발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라면 그들의 선택이 정말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들의 선택은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자발성’은 사실 ‘광고의
영향’과 ‘중독’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동적인 여성성 개념의 억압을 받아오던 여성들은 이에 대항하는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 싶다. 하지만 여성들은 너무 오랫동안 바로 옆에서부터 ‘여성혐오’를 겪고 내면화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주체로서 삶을 영유하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주체적 여성’ 이미지를 이용하지만 사실 여성을 억압하는 코르셋은
이 뿐 아니라 타투, 피어싱, 염색 등도 포함된다. 또한 흔히 ‘결정 장애’라고
불리는 현상은 자신의 의견을 잘 개진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일컫는데, 이는 주체로서 무언가를 결정해 본
경험이 드문 여성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남자들이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는 것도
주체적이지 못한 행동인데, 어떻게 ‘주체적인 여성’이 담배, 술, 마약을
하는 여성이 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여성들이 사회적, 심리적 억압 때문에 여성들이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여성이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아닌 부정적인 감정
표현,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것은 여성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러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흡연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다. 이는 사회가 여성에게 분노를 표현하지 말고 그 대신 음식과 흡연을 통해 감정을 ‘삭히라고’ 주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가 여성들에게 이 상품을 소비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게, 상품을 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담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광고는 여성들로 하여금 담배가 자신의 기분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사실 문제에 처한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은 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담배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상사에게 따진다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담배를 피는 동안은 기분이 잠시 나아지는 것 같지만, 스트레스는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며 스트레스를 담배로 푸려고 한다면 그는 곧 담배에 중독될 것이다. 중독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사람을 인간관계에 초연한 외톨이로 만든다. 또, 상품에 의존하게 만들고, 상품을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끼게 한다. 특히 광고는 여성들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현재는 따분하므로 이 ‘상품’을 통해 더 행복해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여성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에 늘 만족하지 못하며 극적인 느낌을 추종하게 된다. 여성들의 이러한 욕구를 중독성 상품들이 해소해준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그렇게 중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