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먹고 사는 사회, 헬조선
- 김태형, <불안 증폭 사회>를 읽고
사람들은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심리학책도 많이 팔리고 심리학 테스트도 인기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심리를 구성하는 데서 유전적인 이유보단 살아가면서 겪은 주변의 영향이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변의 영향이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나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개인의 어린 시절이 심리를 정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70%는 사회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고 개인적 영향이 30%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사회를 바라보니 저자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살률 1위, 출생률 최저, 노동시간 1등, 온갖 안 좋은 OECD 평가는 1등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성격에 영향을 안 줄 리가 없다. 그러면 이 사회는 도대체 어떤 구조인가? 이 책을 통해 이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트라우마가 무엇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깊이 성찰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대체로 대한민국 사회가 불안을 증폭시키는 9가지 심리 코드가 있다고 했다.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가 이 9가지이다. 그리고 이 원인으로 조건 없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을 말한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사회, 경쟁만능주의, 시장 만능주의 등등…. 공동체는 사라져가고 개인만 남아있고 사회는 그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게 개인의 책임이고 자기가 괴물이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가 되어간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돈을 벌 수밖에 없다. 하지만 1등이 되지 않는 이상 돈은 없다. 더욱더 경쟁하게 되고 ‘이기적’이게 되며,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답게 살지 못해서 생을 포기한다. 무한 경쟁으로 공동체가 사라져서 이 미친 세상을 바꾸려는 집단도 사라져 ‘무력감’이 생긴다. 나 혼자서는 바꿀 수 없으니 누군가 해주길 바라며 가짜 경제 대통령과 재벌들에게 ‘의존’한다. 하지만 그들이 민중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리 없다.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고, ‘도피’하거나 ‘쾌락’을 쫓거나 아니면 잘못된 방향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러한 사회를 비판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사회주의 빨갱이로 입막음, 즉 ‘억압 ’당한다.
정말 숨 막히는 사회다. 승자독식의 사회이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는 사회이다. 이대로 가면 사람들은 더는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현재 한국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착수해야 할 일로 첫째,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한국인들을 불안과 공포에서 해방해야 한다. 둘째,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가 지배하는 영역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적어도 교육의 영역이라도) 셋째, 정의를 구현해 한국인들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넷째, 건전한 정치세력이 등장함으로써 대중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한다.
너무나도 저자에 공감한다. 이제라도 돌아가야 한다. 더는 국민을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던져놓지 말고, 기본적인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만큼 국가가 국민을 보살펴야 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것마저 경쟁에 몰아넣고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더는 그만둬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비관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이 보였다. 사람들이 매일 죽어 나가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대체 왜 헬조선이 되었는가 그 이유를 알게 되니 해법 또한 보였다. 공동체를 살리고 사람이 중심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