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우리 인류의 역사와 진화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생각과 시각으로 인류의 진화와 문화에 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 생각보다 글이 잘 읽히고 재미있어서 놀랐다.
보통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발전하고 먹이사슬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는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을 말한다. 뇌가 크고 도구를 사용하며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우리 인간은 200만년동안 이러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했었다. 하지만 10만년전 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부터 인간들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오르게 되었다. 이 이유가 무엇일까? 불을 사용하면서부터일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50만년전부터 불을 사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15만년전까지 인간은 그저 수많은 동물중 하나일 뿐이고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서지 못하였다. 작가는 이 사피엔스가 10만년전부터 세계로 퍼져나가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언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때에 언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언어의 중요한 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이전까지 언어가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사실 그대로의 정보전달이나 간단한 의사소통만으로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종교가 생기고 더 큰 수준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엄청나게 중요한 혁명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가상의 실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나 불교같은 종교뿐만 아니라 나라, 회사 , 법 ,화폐 이러한 현대 사회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가상의 실재인 것이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러한 것들을 믿을 능력이 10만년 이전에는 우리 사피엔스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능력을 가지게 된 사피엔스들은 같은 종교나 믿음을 통하여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우주선과 핵폭탄, 그리고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것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서 이루어낸 결과이다.
두번째 인류 역사상 커다란 혁명은 농업혁명이다. 기원전 9500년부터 8500년 사이에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처음으로 농업을 하며 정착해서 살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엄청나게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보통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농업혁명이 사피엔스 종 자체에는 매우 이롭지만 개인의 생활도 봤을 때에는 오히려 수렵 채집을 하며 살아갈 때보다 더 피폐하고 건강도 안좋아 졌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곡류 위주의 불균형한 생활과 병충해에 취약하고 또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다 보니 전염병에도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농업혁명을 사피엔스가 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당연히 농업혁명 후에 삶의 질과 문명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수가 늘어났으니 사피엔스 종으로 보면 발전일 수 있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농업혁명이 큰 퇴보였다는 것이다. 혁명후에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 없고 그냥 혁명을 하게 되면 무조건 전보다 나아지고 발전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역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책에 몇줄로 나와있는 내용 속에 이러한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산업혁명이 있지만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앞에 나왔던 상상의 질서에 대하여 더 자세히 설명한 부분이다. 작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같은 법이 있고 신분과 성별에 따라 처벌이 다른 함무라비 법전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독립선언문을 비교하는데 둘 다 같은 상상의 질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의 질서를 믿는 이유는 그것을 믿음으로서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인권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함무라비 법전과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상상의 질서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리도 아니고 그냥 더 쉽게 협력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에 내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그냥 가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살면서 처음으로 깨닿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상상의 실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들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상상의 실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 사피엔스 사회에 지배적인 가상의 질서가 개속 변해왔듯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상상의 실재, 즉 인권이나 존엄성, 평등 같은 개념들이 바뀌거나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사피엔스가 어떻게 진화해 왔고 왜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고 또 어떻게 이러한 문명을 이룩하게 되었는지 쓰여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피엔스의 진화과정과 지금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또 내가 몰랐던 우리 인류의 진화 과정을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내가 역사를 볼 때에 조금 더 객관적이고 열려있는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또 지탱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며 또 그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하나같이 모두 흥미롭고 나에게 뭔가 충격을 주는 내용도 많았다. 한 번 읽었지만 몇번이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피엔스에 대하여 정말 제대로 알게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듯이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종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아야 하지 않겟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