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4명의 현직 과학교사 분들이 공동집필하셨다. 그들이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왜 많은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워할까’라는 고민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과학은 복잡한 실험과 계산, 골치 아픈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의 삶에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쓰이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통합과학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통합과학이란, 한 가지의 과학적 주제에 대해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왜 통합과학일까? 우리가 배우는 과학은 지구의 물과 흙, 우리의 몸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계의 미세한 물질부터 한없이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련되어 있다. 또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과학적 주제는 이건 물리적 현상이야, 이건 화학적 현상이야 하고 딱 나누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합과학은 과목별로 분절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현상과 주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법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과 삶의 관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과학하기
과학의 원리는 우리의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평소에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나쳤던 일들도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여러 현상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모두 과학자였다. 어린아이였던 때로 되돌아가보자. ‘왜 달의 모양은 매일 바뀔까?’ ‘무지개는 왜 생길까?’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소한 것들을 우리는 궁금해 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지키기보다는 과학시험의 점수를 지키게 되는 게 현실이다. 세세한 지식의 조각을 외우는데 열중하다보면 당연 과학에 흥미를 잃고, 어려워하게 된다.
이 호기심을 지키고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해야 한다. 과학은 본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과학적 사고를 잘 할 수 있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우선 유심히 들여다보자. 우연히 신비한 현상을 보았다면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야한다. 두 번째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자.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하듯이 우리 스스로에게도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답을 찾아내자. 셋째, 간단한 것부터 생각하자. 그렇다고 처음부터 어려운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뉴턴도 운동법칙을 이론화하기 전에 사과의 낙하라는 단순한 자연 운동에서부터 시작했다. 간단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많은 과학이론은 생각보다 많이 단순한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보자. 실험이나 관측을 통해서 어떤 이론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혼자서만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자신의 의견을 가졌다면, 다른 사람과도 의견을 나눠야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한때는 옳다고 생각한 이론들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수정되거나 더욱 설득력 있는 다른 생각으로 바뀔 수 있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한 과학
“3차 세계대전에는 어떤 무기들이 사용될 것 같나요?”라는 물음에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들이 쓰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4차 세계 대전에 사용될 무기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겠어요. 보나마나 돌도끼와 창이겠죠.” 오늘날까지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을 이용한 무기들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으로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하버는 독가스를, 아인슈타인은 원자 폭탄을 탄생시켰다. 과학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인류 역사에 이중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과학은 인간의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파멸적인 재앙도 함께 불러왔다. 특히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절박한 과제인 환경문제, 생명공학 문제, 에너지자원 문제, 핵 문제 등등. 모두 과학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자연을 분별없이 파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인류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하는 과학,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과학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인류의 과학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이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여기서 사회적 능력이란 과학이 국가나 기업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것이 아닌 인류의 복지, 자연과의 공존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회적 힘을 말한다. 21세기의 과학자들은 인류의 장래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이제 과학자는 연구와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을 넘어서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윤리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학자들이 이 같은 문제들을 폭넓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 연구의 정확한 상황이나 숨겨진 진실을 알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식인이야말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참과학자의 모습이다. 올바른 과학 발전을 이끄는 또 하나의 사회적 능력은 시민 사회의 역할이다. 시민들은 과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가치 판단력을 갖추어야 하며, 과학이 인간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한다. 시민 사회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질 때 과학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