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던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에 대해서 검색을 하고 알아보던 중에 그 영화가 바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지금 내가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다.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빨리 읽혀진 책이었다. 책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남성적인 문체로 빠르게 묘사하면서 책의 긴장감의 속도를 높여간다. 긴장감의 속도가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나의 읽는 속도 또한 빠르게 증가했다. 점점 읽다보면 빠르게 문장에 빠져들었고, 끝을 향해 달려갔다. 문장 중간 중간마다 굉장히 심오하다고 할 수 있는 불교색이 짙은 문장 또한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그 문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곱씹어 보기도 하면서 책을 읽었고, 나중에 책을 읽고 나서야 왜 그런 문장을 중간에 작가가 삽입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책의 완전한 의미를 다 이해하는 데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책을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고들 흔히 말하는데 이 책은 두 번 읽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깊이가 다른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한 때 살인자였던 70대 노인 김병수가 치매를 겪게 되면서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딸 은희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과의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살인을 쉽게만 저질러왔던 그는 딸을 살인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다시 살인을 계획한다. 목적 없는 살인만을 벌이던 그는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딸 은희를 위협하는 박주태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김병수와의 마지막 일전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 같이 나온다. 그렇지만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극은 조그만 균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조그만 균열들은 마침내 극의 파멸을 몰고 온다. 딸 은희도 살인자 박주태도 김병수가 치매를 겪게 되면서 만들어낸 인물인 것이다. 딸이라고 생각했던 은희는 노인요양봉사자였고, 박주태는 형사였다. 그가 살고 있던 현실은 거짓이었고, 그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를 그는 겪어야했다.
글의 마지막에 나오는 반야심경의 구절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므로 공 가운데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의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그의 세계는 반야심경의 구절과 같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조차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재밌게 읽어오다가 가슴이 텅 빈 느낌. 굉장히 멍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 소설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병수의 늙은 농담 아닌 농담속에 반야심경과 같은 깊은 뜻이 있는 문장들이 나오기도 한다. 쉬이 넘어갔지만 한번 더 읽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점에서 이다.주인공을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 글을 쓴 작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소설을 바라보고 싶다.반야심경 : 지혜에 빛이 있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 반야심경의 중심 사상은 아무것도 없는 '공'이다.
제목이 흥미를 끌어 읽었던 책이네요. 도저히 줄거리 이해를 할 수 없었음에도, 평소와 다르게 책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었기 때문에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리뷰를 읽고 나니 조금 그 때의 줄거리가 이해가 가네요.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