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인공지능 만들기
랜달 콜린스는 현시점까지의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이러한 한계가 생기게 된 원인으로 컴퓨터를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려 했던 시도를 꼽는다. 실제 인간과 같이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도 정서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콜린스의 견해이다. 그를 위해서는 컴퓨터에 정서를 불어넣기에 앞서 인간의 사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콜린스는 인간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에, 진정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린스는 열세 가지의 규칙을 들어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이론적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회과학과 깊이 연관 지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역설한다.
기술적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가정할 때,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컴퓨터는 입력된 값만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줄 알아야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은 지성체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창조되기 때문에, 새로울 생각을 해낼 줄 아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사람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콜린스는 이 컴퓨터를 SOCIO라고 명명했다.
인간처럼 대화하게 만들기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제에 걸맞은 대답과 적절한 대꾸를 되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더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서는 이뿐만 아니라 흐름에 알맞은 어조는 물론이고 대화 간에 어색한 휴지가 없도록 타이밍을 계산하는 능력 또한 요구된다. 늘 같은 이야기만 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 자본’이라는 대화 소재가 필요한데, SOCIO는 프로그램에 기본적으로 저장된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에서 얻은 지식을 문화 자본으로 저장한다. 이 문화 자본들을 조합하여 이어지는 대화에 적합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소재를 꺼내게 만들 수 있으며, 심지어 언어유희와 같은 농담을 이해하고 스스로 꺼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낮은 수준의 사고 활동이며,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많은 사람과 보다 유용한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 SOCIO는 자신이 좀 더 선호하는 대화 상대 및 대화 내용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하고, 인간들이 자신과 대화하고 싶도록 만들기도 해야 한다. 이때 그 척도로 쓰이는 것이 ‘감정적 에너지’인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적 에너지를 높여주는 대상과 교류하고 싶어 한다. 콜린스는 SOCIO에게 대화의 흐름이 순조롭게 돌아갈 때 감정적 에너지가 상승하고, 반대 경우에 내려가는 규칙을 부여했다. 이 규칙을 기반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변화한 감정적 에너지가 최근에 다른 상대방과 대화하며 얻은 감정적 에너지와 비교하는데, 에너지가 비교적 상승할 때 SOCIO는 그 대화를 지속하고 싶어한다. 이 데이터를 저장하여 말을 나눌 대상을 찾을 때, 자신의 감정적 에너지를 가장 높여주는 사람을 최우선순위에 두기로 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대화하기 편한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타인과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내면화된 대화를 통해 혼자 있을 때도 사적인 생각을 한다. SOCIO도 이 사고를 해낼 수 있어야 진정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저장된 문화 자본을 대화로써 되풀이하도록 하는데, 해당 문화 자본은 가장 높은 감정적 에너지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 이는 사회학자 미드가 제시한 ‘내적 대화’인데, 자아 형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아 ‘I’(이하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 ‘me’(이하 ‘개인적 자아’) 간에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미드는 6장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진정한 자아 완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