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매체에서 비춰지는 금융인의 모습들도 일반 대중들의 금융권에 대한 비난에 일조하는 측면이 있는 듯 하다. 술, 돈, 여자, 마약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 사이에 놓여있는 괴리감은 더욱 커져 보이기만 할 뿐이다. 정말 그들의 삶이 어떤지 궁금했던 것이 나만은 아닌가보다. <상어와 헤엄치기>는 신문 가디언지 소속으로 여러 금융인들을 취재해가면서 그들의 사회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한 언론인의 취재기를 담고 있다. 책을 찬찬히 읽어본 결과 금융업이 다른 산업과 다른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던 이유는 타 산업과 달리 돈이 그들의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제조업은 상품을 팔아 돈을 번다. 서비스업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돈을 번다. 그런데 금융업은? 돈을 가지고 돈을 번다. 혹은 잃는다. 물론 책에도 나왔듯이 프로젝트 금융업의 경우 실물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도 한다. 어떤 건설사나 도시 프로젝트에서 돈이 필요할 경우 프로젝트 금융업 종사자들이 그 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의 도로, 공공건물 등이 지어지기도 하니 최소한 그들의 직업 속에는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트레이딩 룸에서 컴퓨터와 전화기 만을 붙잡고 하루종일 씨름하는 트레이더들의 삶에는 전자 화면 속의 숫자와 수익률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높은 연봉만큼이나 실적에 대한 압박은 명확하고, 어떻게든 실적을 내야 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성이나 윤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것은 트레이더들이고, 실제로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보수나 생활 측면에서 트레이더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목격해온 많은 금융권 현직자들 또한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고, 일을 위해 다른 삶을 희생하더라도 높은 봉급을 받기를 원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멋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안되어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뭘까?
나는 그들의 모습이 자본주의라는 사이클이 만들어낸 모든 어두운 측면들이 흘러들어가서 쌓인 먼지 더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서 시작되어 만들어진 화폐 한장은, 어린아이의 간식이 되고, 누군가의 결혼반지가 되며, 한 가족의 주택 대출금이 되다가 세상의 때가 쌓이고 쌓여 결국 금융업계로 흘러가 누군가의 쓸쓸한 술 한잔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업의 문제는 단지 금융업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수익률이라는 단순한 숫자에 가려져서 그 숫자가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생겨나는 도덕적 해이나 인간성의 상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고객인 우리의 잘못, 그리고 사회의 잘못도 크다. 최근에 ted에 올라온 강의 중 사회적 공헌에 힘쓰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가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기업에 투자할 때에 사회 공헌성을 고려하자는 강연자를 본 적이 있다. 또, 논란이 되고는 있지만 최근에 금감원에서 기업 정보를 공시할 때에 사회적 공헌 항목을 추가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주장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진정한 산업 발전과 자본의 선순환을 위한 실천으로 보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