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화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믿음과 결합되어, 실존하는 현상과 개인의 상상이 만나며 더욱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상징들은 단순한 설화에서 복잡한 신화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상황의 인과를 상상하고 의미를 부여한 결과물이다. 워낙 어릴 적부터 신화에 대해 자주 접하기도 했고, 신화에서 언뜻 비치는 상징의 의미가 흥미로웠기에 그와 비슷한 류의 내용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을 선택했다.
상징이 의미를 가지게 된 유래를 알려주는 설화가 주인 신화 속 상징의 이야기와 달리, 책은 마치 이야기가 있는 백과사전처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주된 내용이 풀어지면서 그 곁에 해당 주제에 속하는 세부적인 상징들의 의미가 설명되어 있다. 따라서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다양한 상징의 의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물론 비록 그 의미를 풀이하는데 저자가 속한 문화권이 중심이 되어 동양의 시각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으나 또 아예 없는 것도 아닌 만큼 어느정도는 감수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상징에 대해 다루는 책이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보니 고대 서양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상징의 의미를 한 곳에 모아둔 책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에는 서양의 문화와 상징이 동양의 것과 괴리된 채 존재하지 않고,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동양 문화권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 그렇게 큰 위화감은 들지 않기도 하다. 꽤나 두꺼운 책임에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징마다 삽입된 삽화덕분이 아닐까 싶다. 상징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 풍성한 사진과 삽화 덕분에 작게 나열된 줄글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점은 동시에 단점도 되었는데, 형형색색의 삽화를 이용해 폭넓은 주제의 상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은 다소 약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무수한 상징들이 지닌 의미를 섬세하게 풀기보다는 읽는 사람이 흥미로움을 잃지 않게 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상징의 의미를 보여주는데 의의를 두는 맛보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애초에 책을 선택하면서 조금 복잡하더라도 상징의 심층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내용이 주가 되길 바랐던 내게는 그런 가벼움이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그저 표면적인 의미의 나열에 불과한 글 속에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상징의 체계에 대한 이해는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목적이 아니라, 평소 여러 가지 상징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지나쳐왔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그 의미를 살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쉽게 접근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깝게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나무에서부터 멀게는 천체와 우주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굉장히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상징조차 유의미한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풍성한 내용만큼이나, 읽고 난 후에는 확실히 문학작품이나 그림을 보는 시각이 조금 더 넓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