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화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상실과 실패와 재난은 누구의 삶에나 일어난다. 그러나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심화된다. 인생이 고통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맞는 화살은 스스로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을 때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두 번째 화살을 자신에게 쏘기 시작하며, 이 두 번째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의 고통을 몇 배나 증폭시킨다."
책 속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두 번째 화살 피하기’라는 글이다.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나를 보며 킥킥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실제로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웃고 지나간다면 혹시 나를 보고 웃는 건 아닌지 흠칫하게 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누군가가 내게 욕을 하고 지나갔다고 하자. 당신은 학교에 가서, 직장에 가서 공부와 일을 하려고하지만 어이없었던 조금 전의 사건을 상기하며 씩씩댄다. 정체모를 누군가는 내게 화살 하나를 쏘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첫 번째 화살을 떠올리며 내 자신에게 계속해서 화살을 쏜다. 그 화살들이 결국엔 날 맞추리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결국 감정이란 모든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건은 나에게 온기를 전한다. 반면 부정적인 사건은 화살처럼 가슴에 꽂힌다. 사건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어루만지는 것, 혹은 아픈 것을 인정하고 엄살 피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반응은 왜 화살이 내게 날아들었는지를 불평하며 흥분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며, 부정적인 사건에 부정적인 반응을 계속해서 보이는 사람은 우울증을 앓기 쉬울 것이다.
사소한 부정적인 사건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몹시 위험한 상황이다. 얼마 전 추석 연휴 때의 일이었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은 나는 여느 연휴처럼 고향에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엄마는 끊임없이 연락을 해 고향으로 와 달라고 설득했다. 왜 오지 않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늘 있는 일이므로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 날은 유독 문자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의 연락들에 쌓여있던 내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연휴 내내 싸웠다. 엄마는 사과의 문자와 타박의 문자를 번갈아 보냈다. 지금은 연락을 보지도 않고 지워버린다. 형식적으로나마 하던 연락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일로 그 긴 추석 연휴를 기분이 상한 상태로 의미있는 활동을 못한 채 보냈다. 서로에게 첫 번째 화살을 계속 쐈을 뿐더러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무수히 쏜 것이다.
첫 번째 화살에 대한 무시는 절대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다. 첫 번째 화살을 무시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감정적 반응은 마음 한편에서 표출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사람은 자신을 공격한 화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 사람은 기껏해야 득도한 스님 정도 아닐까. 폭탄과도 같은 부정적인 반응들은 뭉치고 뭉쳐 더 큰 폭탄을 만든다. 결국 마음의 크기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폭탄은 터져버리고 만다. 긍정적인 반응이란 무시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다. 첫 번째 화살은 항상 내게 쏟아진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원치 않는 부정적인 사건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현명한 대처는 첫 번째 화살이 날아옴을 인정하고, 화살에 맞았을 때의 아픔을 정밀하게 가늠하여 그만큼만 아파하는 것이다. 이미 한 번 아파한 과거를 다시 상기하지마라. 또 사소한 사건에 지나치게 흥분해 걸맞지 않는 아픔을 느끼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