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곳 대학교라는 새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새다. 이곳에서 4여년동안의 시간동안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학기가 시작되면 옆에 있는 내 친구처럼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지시하는대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고 학점에 울고 웃는다. 부끄럽게도 아직 내가 무엇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뚜렷히 알지 못한다. 이 와중에 바깥세상은 늘 급변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새롭고 더 우수한 기능의 휴대폰, 매 초 새로운 정보가 쉽없이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포털과 게시판들만 봐도 무시무시한 변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가볍게 무시한 채, 그저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어딘가에 끌려다니듯 하루하루를 보내왔는데 늘 마음구석 어딘가가 불안하고 찝찝했었다. 이러한 나의 20대가 과연 앞으로의 미래를 얼마만큼 보장할 수 있는가? 졸업 후에 이 새장 밖으로 내던져졌을 때 나는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발을 잘 맞출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러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상당히 신빙성있고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우리가 각자 자신의 일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1. 해외에 있는 사람이 이 일을 더 싸게 할 수 있는가?
2. 컴퓨터가 이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는가?
3. 풍요의 시대에 비물질적이며 초월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의 말에 따르면, 이 3가지 질문은 누가 앞서가고, 누가 뒤처지느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해외 지식근로자들이 더 싸게 하지 못하고 컴퓨터가 더 빠르게 하지 못하는 일, 그리고 미적이고 감성적이며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에 집중하고자 노력하는 개인과 기업은 번성할 것이다.
데스크톱 PC의 출현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두가지 종류의 기술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전문가적 사고, 즉 일상적인 해결책으로는 풀리지 않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다른 하나는 복합 커뮤니케이션, 즉 설득하고, 설명하고, 정보의 해석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처하는 길을 저자는 인간의 ‘우뇌’에서 찾고 있다. 즉 검사,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통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좌뇌 발달형 인간이라면, 패러다임이 바뀐 미래 세상에서 날개를 달 주인공은 우뇌를 잘 개발한 사람들, 즉 창조적이면서 감성지수가 높고 우뇌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는 사치품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액세서리와도 같은 필수품이 되었다. 일본의 개인용 전자제품 개발이사인 토시로 이주카는 휴대전화가 “논리적인 장비(스피드를 강조하고 기능에 특화한)에서 감성적인 장비(개개인의 개성 표현과 상상력을 자극하는)로 변이했다”고 설명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 얼굴에 치장을 하듯 휴대전화의 화면을 꾸미고 원래 기능과 관계없는 것에 돈을 쓰고 있다. 2004년 사람들이 벨소리를 꾸미는 데 들인 돈은 3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좋은 예이다. 디자인의 대중화는 비즈니스의 경쟁논리를 바꿔놓았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가격이나 품질, 또는 이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서로 경쟁해 왔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은 단순히 비즈니스란 게임의 기본요소일 뿐이다. 즉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입장권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 일단 기업들이 이 같은 기본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고 나면 기능이나 가격적인 면보다는 기발함, 아름다움, 의미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요소를 갖고 경쟁해야 한다.
지난 세기, 기계들은 인간의 물리적 힘을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과학기술은 기계가 인간의 좌뇌를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의 프로그래머이든, 아니면 이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고 있는 미국의 프로그래머이든, 흔히 인간이 컴퓨터 코드를 하루에 400줄 쓸 수 있는 반면 영국의 한 소기업 어플리제닉스의 어플리케이션은 그 정도의 작업을 단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해치울 수 있다. 그 결과 사사로운 업무는 떨어져나가고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은 좀더 다른 소질, 즉 단순한 업무능력보다는 창의력, 세세한 업무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비슷한 경향은 법률분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0여 개의 저렴한 법률정보 및 상담 서비스가 법조계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고급 온라인 이혼서비스 센터’를 표방하고 있는 Completecase.com은 단 249달러에 이혼업무를 처리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웹사이트는 지금껏 많은 변호사들이 고소득과 사회적 명예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 정보독점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물론 좌뇌형 재능(학교성적으로 측정되며 흔히 공인회계사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특질)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못하다. 대신 그 동안 과소평가되고 무시되었던 우뇌형 재능(예술적이고, 초월적이며, 장기적 안목과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능)에 따라 어떤 사람은 도약하고, 어떤 사람은 가라앉게 되는 경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안겨주었다. 막연하게 행복한 미래를 바라면서도 지금껏 안이한 태도로 그저 남이 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했던, 나의 전공 영역 밖의 것은 마치 다른 세상의 것인 것인양 치부해버렸고, 머지 않아 사회에 내던져 졌을때 어떻게 삶의 방향을 잡아야 할지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현재 공대생으로서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른속도로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것들은 활용하여 세상의 변화에 귀기울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나아가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더욱 새롭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