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전자에 대한 연구의 발달과 우생학에 대한 고찰
내가 5학기에 재학 중일때, 나는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 사회와 문화'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그 수업의 과제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고등학생때 선택한 진로가 이과라는 변명 하에 세계 역사에는 전혀 일가견이 없었던 나에게 우생학의 잔혹성에 대해 일깨워주게 되는 계기가 된 일이었다. 전공이 생명과학과인 나에게 게놈과 유전자에 대한 공부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말그대로 교과서로 그것들을 공부하며 이론적인 지식만을 깨우쳤을 뿐 그것들의 응용에 대해서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순수한 지식들이 악용되기 시작하면 어떠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처음 접한 우생학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천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악설을 믿지도 않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인간이 타고난 악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우생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을 이용한 우생주의자들은 그들 기준의 하등한 종족(그들은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인간 종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을 강제 불임화하고 학살하고 실험이라는 명문하에 고문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들을 접하며 우생학에 극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이 책의 총 23가지 주제 중 우생학이 가장 집중력있게 읽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책에서 우생학과 관련에서 다룬 내용은 지능의 유전에 관한 내용과 우생학에 의한 과학의 정치적 이용에 관한 역사들과 실험들을 다루었다. 우선 내가 신선하게 읽은 점은 심지어 지능에 관해서도 우생학적 논리가 전개되었었다는 점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종의 우열을 기반으로 한 학살 및 고문은 당연히 금기된다. 인종차별도 물론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는 지양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부분에서 여전히 우생학이 이루어지고 있고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에 대해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예시를 들자면, 배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일찍이 다운증후군의 여부를 알 수 있고, 산모가 원하고 의사가 권해서 이 아이를 낙태시켰다는 부분이 있었다. 나름의 합리화를 하자면, 장애우로 태어날 이 아이는 정상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정상인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볼 때, 불행한 삶을 살 것이며, 40살 이전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사망할 것이라는 근거를 들어 불행한 삶에서 일찍이 해방시켜 준다는 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우생학과 다른 점이 있을까? 나는 이것이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게 되는 21번 염색체 이상을 가진 하나의 '종'을 그렇지 않은 '종'들 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서 애초에 우리 사회에서 배제시켜버린 또 다른 우생학이라고 생각한다. 나치보다 노골적이지는 않으나 이 또한 타고난 유전적 형질에 대한 우열의 분류가 적용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관계와 윤리적 논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우생학이 적용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모든 범죄자에게 그럴 듯한 사정이 있듯이 우생학도 처음 주장되었을 때에는 그럴 듯한 논리와 이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변질되면서 인류에게 최악의 역사를 남기게 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같은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단순히 진리를 탐구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앞서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치게 될 영향이나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조심하며, 편향된 사고를 경계하는 태도 또한 지녀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