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H. 곰브리치 저 - THE STORY OF ART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예술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또 역사에 어떤 결과를 주었는지 다루고 있다. 단지 예술에 국한된 글이라기 보다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예술의 진지한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의 서론에서 저자가 했던 말이 굉장히 인상 깊다. ‘ 미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예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잘 알 수 있다. 감상자는 개인적인 편견을 버리고 예술가들의 제작의도에 과심을 가지고 작품 앞에 서야 된다는 것이다. 감상자가 자신의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안 되고 작품의 제작자와 생각을 공유하며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저자가 언급했던 말을 명심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총 28장으로 구성되어 선사시대부터 모더니즘까지를 정리하고 있다.
서양미술사를 시대적으로 다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요약을 하려해도 굉장히 많은 양의 역사가 되는데, 최대한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면, 메소포타미아, 고대이집트, 고대그리스, 로마, 초기기독교,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 모더니즘 그리고 현대의 많은 미술의 파들까지 다루고 있다. 이렇게 크게 예술양식의 이름만 언급 했을 뿐인데도, 서양미술사의 굉장히 긴 역사를 눈치 챌 수 있다. 각 나라에서 발전했던 예술양식들, 긴 시간동안 유럽의 예술사의 영향을 끼친 ‘신’, 현대의 다양한 예술양식들까지 서양미술사는 다양하고 깊은 역사이다. 각 시대의 예술은 단지 예술품, 작품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양미술사의 많은 특징들이 있겠지만,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두가지 특징을 말하려고 한다. 먼저, 각 시대의 미술사는 전 시대의 미술사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로마의 예술은 그리스 시대 예술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또, 바로크양식이 있었기에 이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로코코양식이 나온 것이고, 고전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신고전주의가 나올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듯이, 예술양식은 단지 그 시대에만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대의 예술의 영향을 받고, 또 후대의 예술에 영항을 준다는 것이다. 역사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단지 한 예술양식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온 예술양식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단지 예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가 예술에 묻어난다는 것이다. 17세기 초에서 18세기의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 눈부신 장식을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운동감 넘치는 바로크 예술품들, 산업혁명으로 인해 달라진 예술의 의미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술이 단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했으며,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이것이 예술사를 서양의 역사와 따로 생각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예술에 분명히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그 속에 동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과학 기술적 배경을 토대로 예술가의 개인적인 삶이 녹아서 성립되었다 할 수 있다. 이 책은 하나의 미술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일은 그러한 배경들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살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작가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야, 제대로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곰브리치의 책도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현대의 미술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뤄져 있지 않다. 예술품과 같은 의미에서 보면, 곰브리치라는 작가가 사는 시대를 비춰 서양미술사를 쓴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의 예술은 또, 헌대의 예술사가 될 것이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예술사도 단지 과거가 아니다. 과거의 예술사가 현대의 예술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지금 현대의 예술이 또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예술사도 단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하니라, 현대의 우리 삶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역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과거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생각보다는 감상자의 생각만을 더 중요시 했던 나에게, 작품 속 작가의 사고를 깊게 생각해야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앞으로는 예술품을 감상할 때 예술사적 측면에 기대어서 작가의 삶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